신문은 선생님

[법학에세이] 1457년 프랑스 법원, 사람 공격한 돼지에게 사형 선고… 변호인까지 있었대요

입력 : 2020.12.09 03:30

동물 재판

재판은 구체적 소송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받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동물도 법정에 설 수 있을까요?

1457년 프랑스에서 돼지가 아이를 공격하는 일이 생기자 암퇘지 한 마리와 새끼 돼지들을 피고로 정식 재판이 열렸다는 기록이 있어요. 법관에 검사, 변호인까지 갖춘 법정에서 어미 돼지는 사형을 선고받았대요. 새끼 돼지들은 아직 어리고, 어미의 나쁜 영향을 받거나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어요.
1457년 프랑스에서 열린 돼지 재판을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1457년 프랑스에서 열린 돼지 재판을 그린 그림. /위키피디아
1546년 프랑스의 생장드모리엔에서는 포도를 재배하던 농민들이 포도를 먹어버리는 딱정벌레를 상대로 교회에 재판을 신청했죠. 그런데 판사를 맡은 목사는 "하느님은 지상의 과일과 채소를 모든 피조물이 먹도록 하셨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어요. 농민들은 "포도밭 대신 초원의 사용권을 딱정벌레에게 주겠다. 대신 초원에 있는 우물은 우리가 쓰게 해달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어요. 하지만 딱정벌레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의뢰인은 포도를 좋아하며 초원의 식물은 의뢰인 입맛에 맞지 않으므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고 결국 농민들은 패소하고 말았답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 재판 기록이 있습니다. 1411년 조선 태종 때 일본에서 선물한 코끼리가 사람을 짓밟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병조판서 유정현이 검사 역할을 맡아 사람을 죽였으니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며 코끼리에게 사형을 구형했어요. 최종 판결을 맡았던 태종은 코끼리가 불교 경전에도 나오는 영물이고 예의를 아는 짐승이니 사형까지는 과하다며 형벌을 한 등급 낮춰 외딴섬에 유배하도록 판결했어요.

동물 재판은 최근에도 종종 벌어져요. 1995년 일본에서는 큰기러기의 서식지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며 기러기의 물갈퀴로 도장을 찍은 고소장을 제출한 환경 단체도 있었답니다.

동물 재판의 핵심은 동물이 소송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일부 외국에선 동물의 소송 당사자 자격을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 민법은 자연인과 법인만 소송 주체로 인정해요. 지난 2003년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이 경부고속철도가 천성산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생존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한 시민 단체가 자신들을 대리인으로,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어요. 법원은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는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국내에선 이 판례를 따르고 있습니다.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