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열매 이름은 '코리안 블루베리'… 보호 가치 높아 국외 반출 땐 승인받아야 해요

입력 : 2020.12.03 03:30

정금나무

날것으로 먹어도, 또 잼이나 주스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는 '블루베리'. 영어 이름이라 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열매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블루베리는 사실 '산앵도나무속(屬)'에 속한 300여 종 나무 중 20여 종의 나무에서 나오는 작고 동글동글한, 그리고 진한 보라색이나 남색을 띠는 열매 전부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산앵도나무속 나무도 블루베리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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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나무'가 그 주인공입니다. 정금나무<사진>는 중국 동부와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경북, 충북 이남, 서해안 산지에 자생하는, 2~3m까지 자라는 관목 식물입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커다란 군집을 이루지는 않아 흔하게 볼 순 없습니다. 보라색 색소를 많이 함유한 식물답게 어린잎이 붉은빛이 돌며 새싹을 틔우고, 6~7월에 연한 붉은빛을 띤 갈색 꽃을 바닥을 향해 피웁니다. 9월부터는 6~8㎜의 새끼손톱 하나 크기보다 작은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어요. 처음에는 연두색이다가 붉게, 나아가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이때 잎도 단풍이 들어 붉은색으로 변해요.

정금나무 열매의 영어 이름은 코리안 블루베리(Korean Blueberry)입니다. 정금나무 열매는 맛이 달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사람들은 산에 보이는 정금나무 열매를 '토종 블루베리'라고 불렀어요. 산에서 열매를 바로 따 먹으면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마트에서 구매한 블루베리보다는 덜 달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산행길의 좋은 간식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정금나무의 가지나 잎에서 추출한 성분들이 항산화 작용을 하거나 염증을 억제하고, 항암과 항당뇨 작용까지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금나무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시력 보호에 도움을 주는 천연색소 안토시아닌 성분이 북미산 블루베리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추출 성분들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식후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연구자들은 정금나무를 농업에 활용하기 위해 생명공학 연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정금나무는 산지 일부에서 작은 군집으로만 볼 수 있는 데다 종자 발아율도 낮고, 꺾꽂이와 같은 기존의 묘목 생산 방법으로 묘목을 얻기 어려워 상용화가 힘들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금나무 줄기 끝에 형성되는 잎눈인 '정아'를 이용해 새로운 줄기와 뿌리 생성을 유도하는 새 정금나무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개발해 생산 효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토종 블루베리와 정금나무 추출물을 건강 기능 식품 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연 셈이죠.

환경부에서는 보호 가치를 인정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금나무를 '국외반출 승인 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정금나무가 해외에 나갈 땐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죠. 토종 블루베리를 맺는 정금나무를 아끼고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지정해 놓은 것이죠.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