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법학에세이] 미국·스페인·페루·콜롬비아 소유권 분쟁… 국제법은 가라앉은 곳 위치가 중요하대요
입력 : 2020.12.02 03:30
침몰 보물선 '산 호세'호 사건
지난달 24일 제주 신창리 해역에서 중국 도자기, 동전 등이 발견됐습니다. 신창리 해역에는 과거 중국 무역선이 난파돼 많은 보물들이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요. 이렇게 세계 곳곳에는 보물을 싣고 가다 가라앉은 많은 배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바다 속에 가라앉은 보물의 소유권은 어떻게 될까요? 발견한 사람이 주인일까요?
- ▲ 1708년 산 호세호가 영국 전함과 교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에요. /위키피디아
이 사건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자 이번엔 스페인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어요. 배도 스페인 소유이고 당시 가라앉아 죽은 선원 600명도 모두 스페인 사람들이니 당연히 스페인이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죠. 페루 정부도 나섰습니다. 배에 실린 보물들은 고대 페루 왕국의 유물을 스페인이 약탈해간 것이니 원래 보물의 주인인 페루가 소유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미국 수중탐사업체와 콜롬비아는 결국 법적 다툼을 벌였고 2007년 콜롬비아 대법원은 각각 절반씩 보물을 나눠 가지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발견한 사람의 몫을 절반 정도 인정한 거죠. 그런데 콜롬비아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배의 위치를 추적했어요. 수십 년간 탐사를 거듭하던 콜롬비아 정부는 2015년 보물선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양하겠다고 선언해요. 배의 위치가 미국 탐사업체가 제시한 곳과 다르다며 자신들이 다 가지겠다고 주장했죠.
그런데 유네스코에서 보물을 건지겠다는 목적으로 배를 파헤치다가 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인양에 반대하는 서한을 콜롬비아에 보냈어요. 결국 콜롬비아 정부는 인양 계획을 중단했고 현재까지 이 보물선의 위치는 비밀에 부쳐져 있는 상태랍니다.
보물선의 소유권을 따지는 건 매우 복잡합니다. 국제법은 강제할 수 있는 중앙정부가 없기 때문에 관행 등에 따르는 느슨한 체계죠. 그래도 국제법상 확고한 원칙은 영해 존중입니다. 영해는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바다를 뜻해요. 보물선이 영해상에서 발견된 것이 분명하다면 국가 간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해당 영해 국가의 소유가 될 가능성이 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