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美·英·中 백신 각축전… 미국 mRNA 백신이 가장 앞서고 있죠

입력 : 2020.12.02 03:30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

우리 몸은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천연 장벽입니다. 피부·점액·침·눈물 등이 바이러스의 침투를 1차적으로 막아줍니다. 바이러스가 천연 장벽을 넘어가면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이란 두 장벽이 작동합니다. 선천 면역세포가 작동하고, 신체 방어 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분비됩니다. 여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후천 면역 체계가 작동해요.

백신은 이 후천 면역 체계를 이용하는 방식이에요. 특정 질병이나 병원체에 후천성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죠. 감염원과 비슷하거나 약화한 물질, 즉 가짜 병원균을 몸에 주입해 면역 시스템이 이 바이러스를 기억하도록 합니다. 면역 시스템이 한번 기억하면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그 바이러스만 골라서 죽입니다.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천연두 백신의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개발된 백신은 19세기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백신입니다. 제너는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우두에 걸리면 약한 증상만 앓고 오히려 천연두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제너는 사람들에게 우두 고름을 접종해 효과를 증명했죠. 제너는 이 천연두 예방법을 'Vaccination'이라고 불렀는데,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유래했어요. 이후 광견병 백신, 콜레라 백신 등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가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을 기리고자 광견병 예방법을 백신이라고 불렀고, 백신은 독성이 없는 병원체를 이용한 질병 예방법을 통칭하는 이름이 됐죠.

◇네 가지 코로나 백신 제조 방법

최근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국의 제약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코로나 백신은 모두 네 가지 방식입니다. 먼저 약독화 생백신이나 불활화 사백신 방식입니다. 기존에 백신을 만들던 방법입니다. 약독화는 바이러스를 무해하거나 독성이 덜하게 변형하는 것입니다. 불활화는 병원균을 죽이거나 활성화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죠. 이 방법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배양기에 넣어 대량으로 키웁니다. 그런 다음 포르말린으로 바이러스를 약화하는 공정을 거칩니다. 중국 시노팜, 시노백이 만드는 백신은 불활화 사백신 방식입니다. 개발 기간이 짧고 안정성은 높지만, 방어 능력이 늦게 형성되고 방어 능력의 지속 시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죠.

기존 기술이 아닌 새로운 백신 개발 방식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입니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사람 몸에 침투할 때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나사못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이용해 병을 일으키지 않는 다른 바이러스 외부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백신으로 쓰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졌지만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합으로 만드는 것이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이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면역 유지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전달체로 이용하는 바이러스에 이미 노출됐던 사람들에겐 면역이 잘 생성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초 상용화 앞둔 mRNA 백신

둘째는 핵산을 이용하는 백신입니다. 핵산은 DNA(유전자)와 RNA(유전물질) 두 가지로 유전정보의 저장과 전달, 그리고 발현을 돕는 기능을 해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DNA나 RNA 조각을 우리 몸에 접종하면, 우리 몸이 그 조각의 정보를 이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항원 역할을 해서 몸속에 항체가 만들어지도록 하죠.

미국의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과 공동 개발)와 모더나 백신은 mRNA(메신저 RNA) 백신입니다. mRNA는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에 전달하는 RNA입니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은 mRNA를 몸에 넣어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고 그 단백질이 항원이 되는 겁니다. 이번에 이 백신이 상용화하면 이런 종류의 백신이 실제 사용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mRNA 백신은 다른 백신보다 제조가 쉽고 개발이 빠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유통·보관망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나라 제약 업체 제넥신은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내 유전자 DNA를 분리한 뒤 대량생산하는 방식이죠. 간단하면서도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DNA는 RNA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4~25도에서 운송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성 항원 백신입니다. 항원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해서 제조하는 방식이죠. 이 방법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대장균이나 동물 세포, 곤충 세포에서 키웁니다. 그렇게 생산한 백신을 몸에 주입하면 인체가 인식해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를 만들고, 그 항체가 병원균의 침입을 인식해 방어할 수 있습니다.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이 합성 항원 백신입니다. 바이러스 방어에 필요한 항원에서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면역력 형성에 방해되는 간섭 현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스파이크 단백질을 외부에서 만들어 주입하는 것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일우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