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0보다 작은 수 없다" 파스칼이 인정하지 않은 수 … 데카르트가 좌표에 공식화했죠

입력 : 2020.11.26 05:00

음수

겨울철에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옷을 두툼하게 입으세요'라는 일기예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라는 것은 0도 이하로 내려가 온도가 음수가 된다는 것을 말해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음수는 수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한 수였습니다. 음수는 매우 거추장스러운 수로 여겨졌고, 심지어 수로 취급하지도 않는 수학자도 많았어요.

데카르트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데카르트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에도 수의 개념과 셈법은 존재했으리라 추측해요. 당시 사람들도 어떤 대상의 구체적 양을 헤아릴 때 필요한 도구로 수를 인식했죠. 또 대상을 더하거나 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수로 나타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는 개념의 숫자 '0'도 받아들이지 못했죠. 기원전 250년경 최초의 인도 숫자에도 0은 없고 1부터 9까지만 있습니다. 음수는 당시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사과 0개는 사과가 없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사과 -1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동양에서는 음수를 '빚'의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역사에 남아있는 음수의 최초 기록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책 구장산술에 있습니다. 책에는 가지고 있는 가축을 팔아서 번 돈을 양수인 '정(正)'으로 나타내고, 가축을 사려고 내는 돈을 음수인 '부(負)'로 표현했죠. 상업이 발달했던 인도에도 음수 개념이 있었습니다. 7세기 인도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628년에 발표한 '싯단타'에서 처음 음수를 다뤘어요. 손해가 나거나 모자라는 것은 음수로, 이익이 나거나 남는 것은 양수로 표현했죠.

서양 사람들에게 음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었어요. 16~17세기까지도 유럽 수학자들은 음수가 의미 없고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죠. 많은 수학자가 음수를 '가짜 수' '엉터리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기계식 수동 계산기를 만든 천재 수학자 파스칼은 "0은 아무리 빼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0보다 작은 수는 없다"고 주장했어요.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도 음수는 방정식의 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수학자 달랑베르는 "음수는 처음부터 가정이 잘못돼 나온 수"라고 했어요. 화씨온도계를 개발한 독일 수학자 파렌하이트도 온도계를 만들면서 가장 낮은 온도를 0으로 표시했죠.

음수를 완전한 의미의 수로 다룬 사람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데카르트입니다. 17세기 중반 데카르트는 좌표 평면을 고안했는데, 수직선의 기준점을 0으로 표시하고 오른쪽은 1, 2, 3, 4… 등으로 표시했어요. 그런데 반대 공간인 왼쪽을 무엇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다 음수로 나타내죠. 비로소 수 체계 안에서 음수가 인정받게 된 거예요. 0을 기준으로 0보다 큰 수는 양의 부호를 붙여 양의 정수, 0보다 작은 수는 음의 부호를 붙여 음의 정수라고 불렀죠.

마침내 음수가 수로 인정받게 되자 수의 세계는 자연수에서 0과 양수, 음수를 포함한 정수로 확장됐습니다. 수의 세계가 확장됨에 따라서 놀라운 과학과 문명의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답니다.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