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구에 드물게 존재하는 17개 금속… 첨단산업 '비타민'이래요
입력 : 2020.11.25 05:00
희토류
지난 10월 호주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럿'은 호주 국립대학교 연구팀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희토류의 생성 과정을 밝혀냈다고 전했습니다. 희토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광물들을 말해요. 원소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번에서 71번까지인 란타넘(La), 세륨(Ce), 프라세오디뮴(Pr), 네오디뮴(Nd), 프로메튬(Pm), 사마륨(Sm), 유로퓸(Eu), 가돌리늄(Gd), 터븀(Tb), 디스프로슘(Dy), 홀뮴(Ho), 에르븀(Er), 툴륨(Tm), 이테르븀(Yb), 루테튬(Lu) 등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Sc), 이트륨(Y) 등 17개입니다.
금이나 석탄처럼 한곳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지 않아 채굴하기 어려워요. 또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도 약 20단계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렇게 손에 넣기 쉽지 않은 데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을 만들 때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아요.
금이나 석탄처럼 한곳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지 않아 채굴하기 어려워요. 또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도 약 20단계로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렇게 손에 넣기 쉽지 않은 데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을 만들 때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아요.
- ▲ /그래픽=안병현
희토류는 1787년 스웨덴 육군 소위 카를 악셀 아레니우스가 스톡홀름 부근에 있는 이테르비 마을의 채석장에서 우연히 밀도가 크고 무거운 검은색 광석을 처음 발견한 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광석이 발견된 마을 이름에 광물을 의미하는 접미사 'ite'를 따서 이테르바이트로 이름 붙였어요. 그런데 1800년에 가돌리나이트로 명칭이 바뀌었어요. 1792년 광물에서 희토류 원소 이트륨의 산화물을 최초로 분리한 핀란드 광물학자 요한 가돌린의 이름을 따서 붙였어요.
◇전 세계 매장량 1억2000만t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희토류 전 세계 매장량은 1억2000만t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4400만t(36.7%)이 중국에 있습니다. 브라질과 베트남도 각각 2200만t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요. 러시아(1200만t), 인도(690만t), 호주(340만t)에도 희토류가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어요. 미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140만t입니다. 매장량이 가장 많은 중국이 희토류 주요 생산국입니다. 2018년 기준 글로벌 생산량은 17만t이었는데 중국이 70%인 12만t을 생산했죠.
북한에도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북한 희토류 매장 규모는 북한 정부가 공개한 적이 없어 공식적으로 집계되진 않아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에 2000만~4800만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해요. 추정치가 맞는다면 중국의 매장량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희토류 매장량이 전 세계 매장량의 10배를 뛰어넘는다는 주장도 있답니다.
◇땅속 마그마로 생긴 뜨거운 물로 만들어져
희토류는 보통 탄산염으로 이뤄진 염기성 화성암인 카보나타이트 암석이 있는 곳에 광상이 있다고 알려졌어요. 광상은 광물이 집합해 채굴 대상이 되는 곳을 뜻해요. 그래서 희토류를 찾을 때는 카보나타이트 광상을 기본 지표로 활용하죠. 호주 국립대학교 지질학과 연구팀은 카보나타이트에 강한 압력과 높은 열이 가해지면서 희토류가 만들어졌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특수한 캡슐 안에 카보나이트 또는 카보나타이트로부터 변형된 암석을 넣은 후 강한 압력과 섭씨 200~1200도의 높은 온도를 가해 희토류의 생성 과정을 추적했어요. 그 결과 캡슐 안에 희토류의 원료가 되는 인회석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희토류가 생성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번 연구를 이끈 마이클 아넨버그 교수는 땅속에서 마그마가 식을 때 생기는 뜨거운 물인 열수가 카보나타이트 광상을 희토류 광상으로 바꾸었을 것이라고 했어요. 연구팀은 또 희토류가 사라지는 원인도 밝혀냈습니다. 카보나타이트는 알칼리성이 강한데요. 희토류가 알칼리 성분과 결합하게 되면 쉽게 녹아서 지하수를 통해 멀리 이동하면서 조금씩 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첨단산업 핵심 소재… '4차 산업의 쌀'
희토류는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보통 다른 원소들은 양성자 숫자가 하나만 달라져도 성질이 완전히 바뀌는데요. 란타넘족 희토류 원소는 특이하게도 성질이 거의 바뀌지 않아요. 건조한 공기 속에서도 오랫동안 잘 견디며 열전도율도 매우 높죠. 희토류는 적은 양으로도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이런 성질 때문에 전자제품은 물론 광학유리, 금속 첨가제, 촉매제,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중요한 원자재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배터리에도 희토류가 사용되고 전기차, 비행기 제트엔진, 태양열 발전, 위성통신 등에도 쓰이죠. 그래서 희토류를 '첨단산업의 비타민' '4차 산업의 쌀' 등으로 불러요.
전 세계 희토류 소비량은 연간 12만5000t 정도 돼요. 이 중 30%는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인대요. 영구자석은 자석 물질에 강한 자기장을 더해 강한 자석의 성질을 오래 보존해요. 1980년대 일본 기술진이 희토류의 하나인 네오디뮴을 이용해 영구자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철로 만든 기존 영구자석보다 두 배 이상 강해 자기장을 만들기 적합했어요.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에 희토류로 만든 자석이 쓰이다 보니 현재는 희토류가 자석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기에도 큼지막한 영구자석이 들어가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희토류랍니다.
희토류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요한 원자재예요. LCD(액정 표시장치), LED(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들은 내부 산화물에 발광 물질 입자를 넣어 빛을 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입니다. 희토류가 아닌 다른 발광 물질들은 산화물에 들어가면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 시간이 지나면 빛의 선명함이 퇴색해요. 하지만 희토류 원소들은 결정 속에 들어가거나 물질에 녹을 때에도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