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씨앗이 보리 같고 11월 빨간 열매 맺는 나무… 불교 '보리수'와는 다른 나무래요
보리수나무
무슨 열매인지 알겠나요? '보리수나무' 열매입니다. 보리수나무<사진>는 씨앗이 보리처럼 생긴 나무라는 뜻이에요. 보리에 한자인 나무 '수(樹)'를 합한 거죠. 보리수나무는 키가 3m 남짓으로 크지 않은 데다 특징이 명확해 맨눈으로도 관찰하기가 쉽습니다. 나무껍질은 흑회색이고 어린 가지는 뾰족하게 바늘처럼 발달해 비늘 털로 촘촘히 덮여 있어요. 잎 뒷면에 회백색 비늘 조각이 빽빽하게 나 있어 잎이 풍성할 때는 나무 전체가 하얗게 빛나는 것 같지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보리수나무는 황해도 이남이면 산기슭마다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 /위키피디아
보리수나무는 봄에는 곤충에게, 겨울에는 새에게 먹이를 제공합니다. 4~6월에 연한 황색 꽃을 피우는데, 꽃대가 길어 아래 방향으로 축축 처진 꽃 안에는 향기 좋은 꿀이 가득해 벌이 많이 모여듭니다. 11월이면 한창인 커다란 열매도 황토색으로 변해가는 숲속에서 빨간색으로 새의 눈에 잘 띄는 좋은 먹잇감이 된답니다.
재미난 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리수나무는 다른 나무를 가리킨다는 겁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보리를 얻은 나무를 가리켜 '보리수'라고 합니다. 보리(菩提)는 본래 참다운 지혜, 깨달음이나 앎의 경지를 일컫는 불교 용어인데요. 석가모니가 앉았던 나무는 지금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이 나무는 원산지인 인도에서, 그리고 이후 전파된 스리랑카에서 지금까지도 석가의 상징으로 숭배하고 있어요.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만 두 나무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보리수는 '보리수나뭇과'에, 인도에 자생하는 보리수는 '뽕나뭇과'에 속합니다. 보리수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줄기나 잎에 특이한 비늘 조각의 털이 발달했고요. 뽕나뭇과에 속하는 나무 중 일부는 꽃을 받치고 있는 꽃턱잎이 비대해져서 동글동글한 열매가 되는 바람에 겉으로는 꽃이 보이지 않는 무화과(無花果)나무가 됩니다.
인도보리수는 인도에선 아주 흔하지만 기후가 맞지 않아서 우리나라에서 자생 상태로는 볼 수 없어요. 가끔 사찰에서 보리수나무라고 부르지만 자생 보리수나무도, 인도보리수도 아닌 나무가 있는데요. 이 나무는 인도보리수와 열매 모양만 비슷한 찰피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