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1248년 첫 삽, 632년만에 완공… '동방박사' 유골 안치하기 위해 지었대요

입력 : 2020.11.18 03:30

독일 쾰른대성당

올해는 독일 통일 30주년입니다. 통일 후 독일은 유럽연합을 움직이는 강대국으로서 위상이 높죠. 이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무엇일까요. 독일인에게 묻는다면 십중팔구 쾰른대성당<사진>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쾰른대성당은 독일 제4의 도시 쾰른의 상징으로 관광객이 매일 2만여 명씩 몰리던 곳입니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쾰른대성당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까닭은 건축에 600년이 넘게 걸리면서 스스로 역사가 됐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박사 3인을 아시나요? 12세기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동방박사들의 유골이 성유물로 전해져왔는데요.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가 이탈리아 원정에서 전리품으로 획득한 후 쾰른 대주교에게 쾌척했고, 그 가치에 걸맞게 화려한 금 세공과 보석으로 치장한 새로운 유물함을 만들었대요. 유럽 전 지역에서 순례객이 몰려들었고, 1248년 성유물의 명성과 수많은 인파에 걸맞은 초대형 성당을 짓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1560년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돌연 중단됐어요. 곧 끝날 것 같았던 이 상황은 300년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그 와중에 설계도까지 없어졌어요. 거중기가 방치된 미완성 성당이 도시 풍경으로 각인되면서 쾰른대성당이 완성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종말론까지 퍼졌죠.

19세기 초 상황이 변했습니다. 1814년 쾰른 남쪽의 다름슈타트에서 설계도 원본 일부가, 1816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계도 나머지 부분이 발견된 거죠. 당시 이 소식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당시 독일 지역의 강국이었던 프로이센이 독일 민족의 상징물로 성당 건립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1842년 대성당 건립이 재개됐어요. 하지만 워낙 대공사라 다시 자금이 부족해졌는데요. 이때 성당 건축 조합에서 복권을 발행해 성당 건립 자금을 모았습니다. 쾰른 시민을 비롯해 수많은 독일인이 십시일반 구매한 복권 판매액의 현재 가치가 13억유로(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해요. 독일인들이 성당 완공을 얼마나 바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880년 쾰른대성당은 드디어 완공됐습니다. 성당을 짓기 시작한 지 632년 만이었어요. 높이가 157.38m에 달해 1884년 미국 워싱턴 DC에 워싱턴 기념탑(169m)이 세워질 때까지 4년 동안 세계 최고층 건물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수많은 도시가 폭격당했지만 대성당은 무사했어요. 대신 하얀 외벽이 화마로 검게 그을렸죠.

쾰른대성당은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유럽 대성당 건축 문화의 절정을 보여주는 탁월한 예로서 600년이 넘는 장대한 세월에 걸친 준공 과정에서 유럽 기독교 신앙의 강인함과 지속성을 보여준 게 인상적이라는 이유였죠. 그런데 2004년 쾰른대성당은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처음으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강 건너편에 계획된 고층 건물이 성당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였죠. 그런데도 쾰른시에서 계획을 수정하지 않자 2006년 유네스코는 쾰른대성당을 세계문화유산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어요. 시 당국은 건축물 고도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탈락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답니다.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