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물건] 미국서 1857년 화장실용 종이 첫 발명… 33년 뒤 두루마리, 1차대전 후 티슈 형태도 만들어졌어요

입력 : 2020.11.17 09:47

휴지

새 집으로 이사가서 집들이를 하면 초대받은 사람들은 선물을 하나씩 챙겨서 가곤 합니다. 이때 가장 선호하는 물건이 바로 휴지<사진>인데요. 새 집에서 술술 풀리라는 의미래요. 또 휴지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쓰이기 때문에 많이 필요한 물품이에요. 휴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화장실인데,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면 아찔하겠죠? 오늘은 휴지가 언제 어떻게 발명됐는지 알아보죠.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동아시아에서는 6세기쯤 화장실 용도로 종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요. 중국의 남북조와 수나라의 관리였던 안지추의 글에는 "나는 감히 성현의 말씀이 담긴 오경의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를 화장실 용도로는 쓸 수 없다"고 적혀 있어요. 당시 중국에서는 낡은 책을 이용해 화장실 휴지로 사용했던 것이죠.

14세기 초 중국 저장성에서는 연간 수천 매의 종이가 화장실 용도로 제작되었고, 명이 건국되었을 당시 수도였던 난징에서는 황궁에서 휴지로 쓸 용도로만 70만장이 넘는 종이를 생산했고, 명나라 태조 주원장 등 황실 사람들이 사용할 종이는 특별히 부드러우면서 향수까지 뿌려져 있었다고 해요.

중동이나 서양에서는 뒤처리에 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위생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종이를 화장실에서 위생 용도로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럽에서는 18세기쯤 낡은 책 등이 화장실 휴지 용도로 사용되었어요. 체스터필드 경인 필립 도머 스탠호프가 1747년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화장실 용도로 쓰기 위해 군데군데 찢긴 책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현대적 형태의 휴지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1857년 부드러운 종이를 만드는 연구를 하던 미국의 조셉 가예티는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표면이 부드러운 화장지를 발명했어요. 이 휴지가 현대적 형태의 시초로 인정되고 있어요. 이 휴지는 낱장의 부드러운 종이를 겹겹이 쌓아놓은 채로 포장해 판매하는 형태였습니다. 휴지 심이 있는 두루마리 휴지는 1890년에 스콧 형제가 세운 스콧 종이 회사가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생산된 휴지는 20세기 초반에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인데, 기존처럼 낡은 종이를 사용했을 경우 변기가 막혀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어요. 부드러운 휴지의 수요가 증가했던 것이죠.

전쟁도 휴지 대중화에 기여했어요.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치료와 위생관리를 위해 탈지면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어요. 이때 탈지면을 대신하기 위해 킴벌리-클라크사에서 펄프를 이용해 면직물처럼 만든 셀루코튼이라는 제품을 개발했는데요. 부상병동용으로 탈지면을 대체하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에 1차 세계대전 동안 대량으로 생산됐어요. 전쟁이 끝난 후 이 셀루코튼을 민간용으로 개발하기로 했고, 1924년에 갑에 담긴 티슈의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티슈의 이름이 뽑아 쓰는 휴지의 대명사 '크리넥스 티슈'입니다.


김현철·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