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우리나라 토종 나무 중 잎이 가장 커요… 가볍고 탄성이 좋아 가야금, 거문고 등 만들어요

입력 : 2020.11.06 10:05

오동나무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11월 늦가을 열매를 터뜨리는 오동나무<사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커다란 잎이 뚝뚝 떨어져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답니다.

오동나무는 한반도 남부 지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원래 '머귀나무'로 불렸는데, '머귀 오, 머귀 동'이라는 한자 표기로 바뀌면서 오동나무가 됐다고 전해져요. 지금은 오동의 한자 자체를 오동나무 오(梧), 오동나무 동(桐)으로 부르고 있지요. 별다른 뜻 없이 그 나무 자체를 지칭하는 한자어가 생긴 셈이에요.

오동나무의 특징은 빨리 자라는 '우량목(優良木·품질이 좋은 나무)'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크게 자라는 나무라 하더라도 40~50년, 길게는 100년을 자라야 키가 15m까지 자랄 수 있는데요. 오동나무는 그 절반에 불과한 15~20년 정도 지나면 15m가량이 돼 아주 빠른 속도로 크게 자라요. 1년에 나이테 폭이 2~3cm씩 두꺼워지는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도 단단하고 습기·화재에도 강한 목재를 만들어냅니다.

오동나무는 잎과 꽃이 모두 크고 풍성합니다. 오동나무 잎은 그 너비가 아이 팔뚝 길이만큼이나 커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 중 오동나무보다 더 큰 잎사귀를 갖고 있는 나무는 없다고 해요. 또 오동나무는 5~6월쯤 동글동글한 꽃망울에서 손가락 길이의 옅은 자주색 꽃을 무더기로 피우는데요. 꽃이 커지면서 꽃 주둥이가 땅을 향하고, 길쭉한 꽃망울의 끝부분이 활짝 벌어지면서 달콤한 향기를 풍긴답니다.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어 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동나무를 집 가까이에 심어두고 목재로 사용해 왔습니다. 오동나무는 가벼우면서도 탄성이 좋아서 소리를 잘 퍼뜨리는데요. 이런 울림 성질을 이용해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와 같은 전통 악기를 만들었고, 장롱이나 문갑, 목침과 같은 가구도 만들었어요. 이 때문에 오동나무는 우리 조상들 삶의 대소사에 얽힌 옛날이야기에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조상들은 산모가 딸을 낳으면 훗날 시집 보낼 때 가구를 짜서 보내겠다며 오동나무를 마당에 새로 심었다고 해요. 또 장례를 치를 때 오동나무로 관을 짜서 사용했습니다.

오동나무는 '길운'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오동나무를 마당에 심고 봉황이 내려와 앉아 본인이나 자식이 관직에 오르기를 기대했어요. 이런 오동나무의 이름값 때문에 중국에서는 '벽오동' 나무를 오동나무로 부르며 길운의 상징으로 이용했답니다.

하지만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전혀 다른 식물이에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오동나무와 달리 벽오동은 중국과 인도차이나 등이 고향입니다. 또 오동나무 줄기는 암갈색이지만, 벽오동은 줄기가 초록색이라 의외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