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1800년 2대 애덤스 대통령 때부터 입주… 오벌 오피스 등 132개 방 있대요

입력 : 2020.11.04 03:30

백악관

3일(현지 시각)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미국 대통령 관저이자 집무실인 '백악관(The White House)'의 다음 주인은 누가 될지 온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어요.

백악관을 처음 계획한 사람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이었어요. 필라델피아가 미국 수도이던 시절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1791년 워싱턴 D.C.를 공식 수도로 정하고 국제 설계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 건축가 제임스 호번이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의 설계로 당선됐고, 1792년 착공해 1800년 완공했답니다. 백악관은 워싱턴 D.C.에 처음 세운 건물이기도 합니다. 백악관은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부터 지금까지 220년간 미국 대통령이 머문 역사적 건물이지요.

미국 대통령 관저가 있는 백악관 북측 현관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미국 대통령 관저가 있는 백악관 북측 현관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백악관은 원래 '대통령의 집(President's House)'으로 불렀어요. 조지 워싱턴 부부가 살던 하얀 저택을 본따 흰색 석회를 건물에 바른 터라 '백악관'이란 별칭이 생겼지요. 처음에 대통령이 사는 관저인 본관만 있었어요. 그런데 1901년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백악관'이란 이름을 공식 발표하고 본관 서쪽에 별채를 만들면서 지금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 건물도 탄생했답니다. 그리고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때까지 수차례 보완 공사를 거쳐 현재 백악관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백악관 건물은 크게 대통령 관저가 있는 중앙 본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이 있는 웨스트윙, 대통령 부인 집무실과 백악관의 대외 활동 공간이 있는 '이스트윙'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 웨스트윙은 단연 미국 행정부의 요충지예요. 지하 1층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리는 상황실, 1층에는 오벌 오피스를 비롯해 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 보좌관들의 사무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어요. 2층에는 대통령 자문관들과 이들을 보좌하는 직원들이 근무하죠.

백악관에는 방이 132개 있지만 서로 긴밀하게 이어진 동선으로 유명해요. 대통령 관저에서 웨스트윙으로 이동하는 데 도보 1분, 오벌 오피스에서 원하는 사무실에 들를 때도 수십 미터만 걸어가면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웨스트윙을 방문한 외부 인사가 대통령과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자주 생겨요.

백악관 부지는 총 7만2000㎡로 방대하지만 건물 자체는 높이 21m, 총면적 5100㎡(약 1542평)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심장부치고는 소박해요. 그 비결은 웨스트윙 옆에 자리 잡은 거대한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에 있어요. 부통령 등이 대통령 관련 행정 업무 대부분을 여기서 처리하기 때문에 백악관에서는 최측근 중심으로 머물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거죠.

대통령을 위한 공간인지라 새롭게 입주하는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건물 일부를 개조하기도 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각종 희귀 동물을 들여와 백악관을 동물원처럼 만든 적도 있고,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하반신 마비 치료를 위해 뜰에 작은 실외 수영장을 만들었답니다. 고등학교 농구 선수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테니스 코트를 농구 코트로 개조하기도 했어요.


전종현 디자인 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