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물건] 프톨레마이오스의 볼록렌즈가 기원… 1352년 프랑스 추기경 초상화에 첫 등장
안경
프톨레마이오스의 볼록 렌즈 제작법은 이슬람으로 전해졌고, 12세기 유럽에 다시 역수입됐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반구형의 돋보기를 '리딩 스톤(reading stone)'이라 불렀습니다. 안경의 모태가 되는 돋보기인 셈인데, 균일한 세공이 어려운 유리보다 수정을 이용해 만들었지요.
- ▲ 1352년 그려진 위고 추기경의 초상화예요. 안경을 쓴 인물이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그림입니다. /위키피디아
오늘날처럼 얼굴에 착용하는 안경이 만들어진 건 1286년 이탈리아로 추정됩니다. 도미니코회 수도사인 조르다노가 1306년 남긴 설교 내용에 "20년 전 안경 만드는 법을 처음 알아낸 사람에게 말을 걸어 안경 만드는 기술을 알아냈다"고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현재 형태의 안경이 나타난 연도는 최소한 1286년이 되는 셈이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안경 개발자는 안경이 널리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조르다노의 동료 수도사인 알레산드로 델라 스피나가 안경 제작 방법을 주변에 널리 알렸다고 해요. 이 즈음 안경을 쓴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도 처음 등장하는데요. 1352년 톰마소 다 모데나라는 화가가 프로방스 지역 추기경인 위고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입니다. 두 개의 렌즈를 나무 등으로 'V'자 모양으로 연결해서 코에 거는 형태였어요. 그러니 렌즈 두 개를 활용한 안경은 대략 13세기 후반~14세기 초반 이탈리아에서 처음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돋보기 형태의 시력 교정 도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신라시대 경주 분황사 모전 석탑에서 발굴된 수정 화주(火珠)가 대표적이에요. 634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볼록 렌즈는 신라 왕실의 세 가지 기물 중 하나로 전해지는 선덕여왕의 화주로 추정돼요. 수정을 볼록하게 갈아서 불씨를 얻거나 돋보기처럼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현대식 안경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으로 보여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옛날 안경 중 임진왜란 때 인물인 김성일이 쓰던 안경이 가장 오래된 것이죠. 이 안경을 보면 안경다리가 아니라 안경테에 끈을 달아서 안경을 착용했던 것을 알 수 있어요. 또한 조선시대에는 '규일경'이라 부른 검은색 안경도 있었는데, 선글라스 기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밌는 건 조선시대에는 윗사람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을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생각했다는 거예요. 조선 24대 왕 헌종 때 인물인 조병귀는 시력이 굉장히 나빠서 항상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 왕 앞에서도 안경을 썼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고 하네요. 또 26대 왕 고종은 일본 공사인 오이시 마사미가 자기 앞에서 안경을 벗지 않는다며 불쾌하게 여긴 적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