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세계의 박물관] 배관·승강기 외부 노출… '인사이드 아웃' 건축 대표로 꼽죠
프랑스 퐁피두센터
- ▲ 사진1 - 조르주 퐁피두 국립미술문화센터 건물. /퐁피두센터
퐁피두는 1969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 "파리가 예전처럼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려면 사무실만큼 미술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현대미술을 위한 건물을 세우겠다고 선언하자 실력 있는 국내외 건축가들이 설계 공모에 참여해 경쟁이 붙었지요.
응모작 681점이 심사를 거쳤는데, 그중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스타 건축가였던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와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 팀의 작품이 당선되었어요. 로저스와 피아노는 배관 설비와 통로, 전기 시설 등에 쓰이는 철제 파이프들을 건물 벽 속에 감추는 대신, 바깥으로 드러내놓고 기능에 따라 다른 색깔을 칠해 구별했답니다. 가령 바람이 드나드는 파이프는 파란색, 물이 지나가는 배수관은 초록색, 전기가 흐르는 선은 노란색, 소방 시설이나 비상 통로는 빨간색으로 칠한 거죠. 건물에는 강철 총 1만5000t이 사용됐어요.
- ▲ 사진2 - 니키 드 생 팔, ‘스트라빈스키 분수’, 1983년. /퐁피두 센터
건물 내부는 천장이 높고 탁 트여 있어 가림막이나 이동용 벽을 활용해 자유롭게 공간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공간을 이렇게 넓게 쓸 수 있는 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까지 모두 건물 바깥에 두었기 때문이에요. 지하 1층·지상 7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에는 미술관을 비롯해 현대음악연구소와 정보도서관, 영화박물관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근현대미술관이 핵심 공간입니다.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중반까지 파리는 세계적인 예술의 중심지였어요. 당시 수많은 예술가가 파리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이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수준은 아주 놀라워요.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레제, 미로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파리에 남겨 놓은 예술적 발자취를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사실 퐁피두센터 앞에 줄을 서는 순간부터 예술적 체험이 시작되는 셈이에요. 센터 밖 광장에 현대 조각품 16점이 있는 네모난 분수연못이 있기 때문이지요〈사진2·3〉. 검은색 철제 기계를 만든 조각가는 키네틱 아트(바람이나 전기모터 등 동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조각품)의 대가인 장 팅겔리(1925~1991)입니다.
팅겔리는 버려진 기계들을 주워 모아 부품들을 해체하고 새로 조립해 특별한 목적과 쓰임새 없이 그냥 엉뚱하게 움직이는 기계를 선보였어요. 기계란 늘 기능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비튼 조각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 ▲ 사진3 - 장 팅겔리, ‘스트라빈스키 분수’, 1983년. /퐁피두 센터
검은색 위주인 팅겔리 작품과 대조적으로 빨강·노랑·파랑으로 발랄하게 색을 입힌 코끼리와 어릿광대,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하는 여인상 등은 니키 드 생 팔(1930~2002)이 제작했습니다. 팅겔리의 작업이 기계 문명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니키의 작업은 활기 넘치는 인간의 삶이 주제이지요. 커다란 빨간 입술 속에서 물이 뿜어 나오고, 뱀은 춤을 추며 물을 사방팔방 튀겨요. 러시아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봄의 제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유쾌한 현대식 분수는 1983년 완성된 이래 방문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건물 앞 광장은 요즘 코로나 유행 때문에 사람들이 적지만, 이전에는 거리 공연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았고,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도 이를 구경하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고 해요. 모든 사람들이 어서 그런 날이 다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