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논두렁 잡초 먹어치우는 '남미산 일꾼'… 너무 많아져 골칫거리 됐대요

입력 : 2020.10.30 09:45

왕우렁이

얼마 전 전남 화순군이 친환경 농법을 위해 농가에 보급했던 왕우렁이<사진>를 수거한다고 밝혔어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사에 왕우렁이는 필수인데, 왕우렁이 수가 너무 급격히 늘면서 문제가 됐기 때문이죠.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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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천이나 습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왕우렁이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예요.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인데 크고 둥근 껍데기가 마치 사과처럼 보인다고 해서 영어 이름이 사과달팽이(apple snail)이랍니다. 우리나라 토종 논우렁이의 껍데기가 평균 3cm인 것에 비해 왕우렁이는 최대 6cm까지 자라요. 잡식성으로 물속에 살며 잡초를 갉아먹는 습성이 있는데 피나 벗풀, 물달개비 같은 제초제로 제거되지 않는 수퍼 잡초까지 먹어치우는 먹보랍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왕우렁이는 1983년 우리나라 농가에 도입됐어요. 지금도 전국적으로 약 8만4000농가가 11만2000ha에 걸쳐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왕우렁이는 다른 우렁이류보다 크기가 크고 맛도 좋아서 무침이나 쌈밥, 찌개 등에 식자재로 활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해요. 비록 외래종이지만 그동안 우리한테는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던 동물인 셈이죠.

과거에는 왕우렁이가 봄부터 가을까지 번성하다가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 죽어서 개체수가 자연스레 감소했어요.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개체가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겨울에 살아남은 개체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왕우렁이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답니다. 왕우렁이는 특히 갈대나 부들 등 수생식물을 좋아하는데, 이 식물들이 어류나 무척추동물의 보금자리거든요. 왕우렁이가 이들을 너무 많이 먹어치우면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 있어요.

왕우렁이는 번식력도 강해요. 토종 논우렁이가 한 번에 30~50개의 알을 낳는 반면 왕우렁이는 한 번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3000여 개를 낳을 정도로 강력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요. 왕우렁이는 오염된 물속에서도 아주 잘 적응하고,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토종 논우렁이와 달리 아가미와 폐로 모두 숨쉴 수 있어서 논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요.

왕우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100대 외래종에 속합니다. 그래서 현재 정부에선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에요. 그러나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사육이나 재배, 방사, 유통 등이 금지되기 때문에 농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요.



최종윤 박사·국립생태원 생태공간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