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밤 세 톨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가 생산량 세계 3위래요

입력 : 2020.10.28 03:30



<사진>은 늦가을을 대표하는 먹거리예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온 식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고대 인류가 채집·수렵 생활을 할 때 주식(主食)으로 섭취했고, 1만여 년 전 신석기시대 농경이 시작된 후에도 흉년이 들었을 때 곡물 대신 먹는 구황 식품으로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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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여 년 전 중국에서 쓴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 마한 조에는 "마한에서 굵기가 배만 한 밤이 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1600여 년 전 편찬한 중국 '후한서(後漢書)'에는 "마한 사람들은 큰 밤을 생산하는데 굵기가 배만 하다"고 쓰여 있고, 수나라 역사를 기록한 '수서(隋書)'에는 "백제에서 큰 밤이 난다"고 기록돼 있어요.

마한이 나중에 백제가 되었고, 백제 수도였던 충남 공주가 오늘날 국내 최고 밤 산지로 이름 높은 걸 보면 당시에도 우리나라가 우수한 밤 산지로 유명했던 것 같아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밤 생산량은 5만3384t으로 중국(196만5351t)·터키(6만3580t)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아요.

밤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식품입니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죠. 한의학에서는 위장과 신장이 허약한 사람이나 식욕 부진인 어린이에게 회복식으로 밤을 처방했어요. 소화 기능이 약해 묵은 변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 찹쌀과 밤을 섞은 밤 경단을 먹이는 민간요법은 지금도 전해지고 있지요.

이처럼 맛 좋고 영양가 높은 밤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활용해왔습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밤 생산량이 많은 이탈리아(5만3280t)에서는 밤을 말려서 빻은 가루로 파스타(국수)를 뽑거나 케이크를 굽는답니다. 밤을 설탕과 각종 향신료에 오래 조려 만드는 '마롱 글라세(marron glace)'는 프랑스에서 성탄절과 새해 첫날 빠지지 않는 전통 과자입니다.


김성윤 음식 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