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법학에세이] 프랑스혁명 당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다" 외쳤던 올랭프 드 구주… 단두대서 처형됐죠

입력 : 2020.10.22 03:30

여성 참정권 운동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參政權)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지 보여주는 기준으로 여겨져요. 하지만 여성은 세상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면서도 오랫동안 참정권을 인정받지 못했답니다. 근대 시민혁명의 불꽃이 유럽 전역에 번졌을 때도 여성의 권리는 뒷전이었습니다.

프랑스혁명 시기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다 처형당한 올랭프 드 구주. /위키피디아
프랑스혁명 시기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다 처형당한 올랭프 드 구주. /위키피디아
프랑스혁명 시기 여성 참정권을 강하게 주장했던 여성운동가 올랭프 드 구주(1748 ~1793)는 '여성으로서의 미덕을 망각한 죄'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고 말았습니다. 구주는 프랑스혁명 당시 국민의회가 발표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본떠 1791년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이란 선언문을 발표했어요.

이 선언문은 "모든 여성은 자유롭고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시작해요. 구주는 선언문에서 여성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여성은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연단에 오를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답니다. 구주의 죽음은 훗날 여성 참정권 운동의 불씨가 되었지요.

1800년대 들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져갔습니다. 이들을 '참정권(suffrage)을 주장하는 여성들'이라는 의미로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고 불렀어요. 1872년 11월 서프러제트 중 한 사람이었던 미국인 여성 수전 앤서니(1820~1906)는 여동생 3명과 함께 밧줄로 몸을 꽁꽁 묶고 유권자 등록 사무실에 들어가 유권자 등록 신청을 했어요. 밧줄로 몸을 묶은 것은 쉽게 끌려나가지 않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지요. 수전은 헌법 조항을 근거로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했는데, 수전의 기세에 밀린 직원이 일단 등록을 허락하면서 수전은 그해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여성이 투표를 했다는 이유로 수전 앤서니는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 법정에 선 최초의 사례"라며 분노했지요. 그러나 판사는 수전에게 아예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배심원 논의도 없이 직권으로 유죄판결을 내려버렸답니다. 벌금 100달러를 선고받았지만 수전은 단돈 1달러도 낼 수 없다고 버텼어요.

"장례식에서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계속해서 우리의 목표를 추진하세요." 수전의 유언이에요. 1920년 미국에서 마침내 여성 참정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9조가 승인되었습니다. 오늘날 여성 인권은 이렇게 굳은 의지를 가진 많은 여성의 희생 덕분에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답니다.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