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로 세상 읽기
'오만과 편견'이 대표작…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손꼽는 작가래요
입력 : 2020.10.20 03:30
영국 10파운드 지폐와 제인 오스틴
영국의 10파운드(약 1만5000원) 지폐<사진>에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이 그려져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1999년 영국 BBC방송의 '지난 1000년간 최고의 문학가' 설문 조사에서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에 오른 작가예요. 10파운드에 실린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는 1869년 제인의 조카가 의뢰해 제임스 앤드루스라는 화가가 그린 수채화 작품이랍니다. 화폐에 새겨진 문구 "독서만 한 즐거움은 없어!"는 대표작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 나오는 글귀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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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화폐연구소
이 책은 19세기 초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다섯 명의 딸을 둔 부모님이 자녀를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려 애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당시 영국의 상속법은 부모 재산이 오직 아들에게만 상속될 수 있었기 때문에 딸들은 부유한 남편을 만나야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어머니는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기 위해 무도회에 계속 참석시켜요. 그곳에서 주인공인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부유한 귀족 신사 빙리의 친구 다아시를 만나게 됩니다.
엘리자베스는 첫인상에 다아시가 오만한 남자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다아시의 청혼을 거부해요.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다아시의 차가운 인상 속에 감춰진 진심을 깨닫게 됩니다. 다아시가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의 편견이었고, 그런 편견을 가졌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이 오만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영국인들의 제인 오스틴 사랑은 대단해요. 지난 2012년 제인 오스틴 여동생의 후손들이 금과 터키석으로 장식된 제인 오스틴의 반지를 경매에 출품해 이 반지가 미국으로 반출될 뻔한 적이 있었는데요. 영국 정부가 '국보급 유물'이라며 한시적인 반출 금지 조처를 내리고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물건은 무엇이든 진귀하다. 영국인 구매자가 나타나 나라를 위해 이 반지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졌답니다. 그 결과 이 반지는 현재 영국에 그대로 남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