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세계의 박물관] 터키에 있던 그리스 '페르가몬 신전' 통째로 옮겨와 복원했죠
입력 : 2020.10.13 05:01
독일 페르가몬 박물관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관통하며 흐르는 슈프레강 한가운데에는 '박물관 섬(Museum Island)'이 있습니다. 알테스뮤제움, 노이에스뮤제움, 옛 국립미술관, 보데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등 독일이 자랑하는 다섯 개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섬인데요. 19~20세기 독일 제국의 전성기 시절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이 중 페르가몬(Pergamon) 박물관은 제일 나중에 세워진 건물이면서도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명소예요. 독일의 건축가 알프레드 메셀의 설계로 1910년 짓기 시작해서 1930년 완공되었습니다.
이 중 페르가몬(Pergamon) 박물관은 제일 나중에 세워진 건물이면서도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명소예요. 독일의 건축가 알프레드 메셀의 설계로 1910년 짓기 시작해서 1930년 완공되었습니다.
- ▲ 사진1 - ‘페르가몬 신전’, 기원전 180~160년. /페르가몬 박물관
페르가몬 신전은 1878년부터 11년간 독일의 공학자 칼 후만 지휘 아래 발굴되었어요. 마구 훼손되어 뒤섞여 있던 수천 개의 건물 파편을 독일 제국으로 가져와 원래 형태로 맞추는 복원 작업을 했지요. 당시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오스만제국은 이슬람 문화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제국은 고대 그리스 유물인 페르가몬 신전을 헐값에 사들여 가져오는 거래를 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복원한 페르가몬 신전을 전시하기 위해 아예 새로 박물관을 지은 거예요.
- ▲ 사진2 - ‘페르가몬 신전의 세부 부조, 아테나 여신’, 대리석. /페르가몬 박물관
- ▲ 사진3 - ‘이슈타르 문’, 기원전 575년. /페르가몬 박물관
옛 서울의 남대문처럼, 이슈타르 문은 바빌론 주요 거리와 사원으로 통하는 주 출입구였답니다. 높이가 14.3m에 달하는 이 문도 20세기 초 독일의 고고학자가 발굴했고 조각조각 쪼개져 독일로 옮겨진 후 복원되었어요.
- ▲ 사진4 - ‘이슈타르 여신을 상징하는 흰 사자.’ /페르가몬 박물관
유약을 발라 구운 푸른 벽돌문 표면 위에는 바빌로니아 신들을 상징하는 황금빛 동물상들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전쟁과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가 흰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새해가 되면 바빌론 사람들은 이슈타르 문을 통과하는 의식을 치렀어요. 행렬이 지나가는 길 양옆 벽에는 〈사진4〉에서 보듯 120마리의 흰 사자가 양쪽으로 죽 늘어서 있습니다. 이슈타르가 행렬 속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베를린의 많은 건물이 파손됐고 페르가몬 박물관도 심한 피해를 입었어요. 소장품 일부는 전쟁 중 러시아에서 가져갔다가 1958년에야 동베를린에 되돌려주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을 둘러보면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지배하던 제국주의 시기 문화적 유물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관리됐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