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신석기인은 왜 고래 벽화를 그렸을까… 미술품에 얽힌 흥미진진한 우리 역사

입력 : 2020.10.13 05:01

한 폭의 한국사

손영옥 글 |창비|236쪽|1만2000원

역사는 어렵고 지루하다고요? 이 책에선 그림과 역사가 만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7000년 전 신석기 시대 조상들이 그린 작살 맞은 고래 그림이 그토록 생생할 줄은 몰랐네요. 고인돌의 유래를 듣고 나니 청동기 시대 계급 탄생의 배경과 지도자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상상이 돼요. 옛 조상들이 만든 불상은 다 똑같을 줄 알았는데 백제, 고려, 조선의 불상은 각각 개성이 강하네요. 우리가 잘 아는 고려청자 탄생 뒤에는 광종의 세계화 정책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어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한국사가 일사천리로 펼쳐집니다. 저자가 선정한 16개의 예술품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당시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해요. 정선의 금강산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조선시대 양반들이 조그맣게 잔뜩 그려져 있어요. 임진왜란 이후 '소중화(小中華·조선이 중국 다음으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 사상이 싹트며 우리 땅을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추사 김정희가 그의 제자 이상적을 위해 그린 그림 '세한도'를 보면 조선시대 중인(中人) 계급 사람들의 고민과 삶을 엿볼 수 있어요.

숫자보다 흐름으로 역사를 다시 보니, 연도와 이름을 외우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이 책을 읽고 예술품을 직접 보러 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