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1년=360일' 메소포타미아 문명서 유래… '1시간=3600초'와도 관련 있어요

입력 : 2020.10.09 05:02

360도

원의 중심각이 360도인 것, 1시간이 3600초인 것은 ‘1년=360일’이라는 고대 달력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원의 중심각이 360도인 것, 1시간이 3600초인 것은 ‘1년=360일’이라는 고대 달력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위키피디아

우리는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도는 것을 가리켜 '360도 돈다'고 말하죠. 이는 원의 중심각이 360도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원을 4등분한 것은 90도(직각), 직각을 90등분한 것을 1도라고 말해요. 그런데 원의 중심각은 왜 360도인 걸까요? 그 이유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는 기원전 4000년쯤 지금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피어난 메소포타미아 문명 국가를 말해요. 당시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바닥에 큰 원을 그린 뒤 그 원을 따라 해가 지나는 길을 표시해서 날짜를 계산했는데요. 해가 1년 동안 원을 돌아 처음 자리로 돌아오면 약 360일쯤 되기 때문에 원의 둘레를 360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즉,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공전) 주기인 1년을 기준으로 원의 중심각을 360이라고 본 거죠. 1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있기 때문에 360을 4로 똑같이 나눈 한 계절이 90일 정도라고 보았어요. 원의 4등분에 해당하는 직각이 90도인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사실 360이란 숫자는 수학적으로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먼저 24개나 되는 약수(어떤 수를 나누어 떨어지게 하는 수)를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눌 수 있어요. 360을 반으로 나누면 180이 되고, 4로 나누면 90, 6으로 나누면 60, 12로 나누면 30이 되죠. 모두 날짜, 시간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이 같은 분할은 고대 왕이 세금을 걷거나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드는 데 편리했다고 해요.

원의 중심각이 360도가 된 이유를 둘러싼 다른 학설도 있습니다. 미국 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오토 노이게바우어(1899~1990)에 따르면 고대 바빌로니아에는 '바빌로니아 마일'이라는 거리 재는 단위가 있었어요. 바빌로니아 마일은 오늘날 약 11.2㎞쯤 되는데 바빌로니아인들은 이걸 시간 단위로도 사용했다고 해요. 당시 사람이 쉬지 않고 하루 동안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12바빌로니아 마일이었기 때문에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하루가 12바빌로니아 마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다만 하루를 12등분해서 사용하려다 보니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기 쉽지 않아서 이를 한 달에 해당하는 수인 30으로 다시 나눴다고 해요. 이렇게 하면 하루가 12에 30을 곱한 360으로 나뉘겠지요? 당시 사람들은 하늘이 지구를 하루에 한 바퀴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의 중심각도 360도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년이 360일이고 원의 중심각이 360도임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숫자 '60'을 기본 단위로 하는 것이 편리해요. 그래서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60진법'을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시간 계산에 사용되고 있는 중요한 수 체계죠. 오늘날 원의 중심각이 360도인 것, 1시간이 3600초(60분)인 것이 바로 그 흔적이랍니다.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