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화폐로 세상 읽기] 카라반 봇짐 메던 사막의 '짐꾼'… 튀니지에선 밭 가는 '농사꾼'이었대요

입력 : 2020.09.25 03:30

튀니지 1/2디나르와 낙타

아프리카 튀니지에는 '1/2디나르'(약 210원·사진) 지폐가 있었어요. 지금은 동전으로 발행되지만 분수로 이뤄진 숫자 단위가 재밌죠. 이 화폐에서는 낙타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동아시아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 소가 밭을 갈지만 튀니지에서는 낙타가 이 일을 대신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 사막 지역에서는 대상(카라반)들이 전통적으로 낙타를 타고 무리 지어 이동하며 교역을 했는데, 튀니지에선 농사를 지을 때도 낙타를 활용했다는 걸 보여줘요.

 /세계화폐연구소
/세계화폐연구소
아프리카 북쪽 끝에 위치한 튀니지는 국토의 4분의 1가량이 사하라사막입니다. 하지만 북부 지역은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농사짓기 좋은 땅을 만들었어요. 이곳에서 튀니지인들은 낙타를 타고 다니거나 짐을 나르거나 농경지에서 밭을 갈고 물레방아를 돌리는 동물로 활용했답니다. 낙타는 발가락이 길고 발바닥도 넓적해서 모래땅을 잘 걸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죠. 튀니지인들은 또 낙타 털로 옷이나 천막을 만들고 가죽으로는 가방과 신발을 만들고 젖으로는 치즈를 만들었어요.

이와 함께 튀니지에서 생산되는 대추야자나무가 그려져 있어요. 튀니지 대추야자는 최상 품질로 인정받아 중요 산업 자원이지요. 튀니지 대추야자는 전 세계 60여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나무의 높이가 20~25m에 달합니다. 열매는 녹색에서 노란색을 거쳐 붉은색으로 익고 9~10월 수확합니다. 이 대추야자는 성경에도 등장하는데요. 달고 영양분이 풍부해서 고대부터 사막의 여행자들을 살린 생명의 나무로 '종려나무'라고 불러요.

'1/2디나르'의 주인공 인물은 하비브 이븐 알리 부르기바(1903~2000) 대통령이에요.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3년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프랑스어판 민족주의 일간지 '락시옹 튀니지엔'을 창간하고 프랑스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벌이다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답니다. 이후 이집트로 망명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각국 지도자들에게 튀니지 독립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해요. 부르기바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1956년 튀니지는 독립을 했어요.

부르기바는 튀니지 왕국의 초대 총리가 되었고, 1957년 공화국을 선언한 뒤 튀니지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까지 30년간 대통령을 지내면서 경제 발전과 평화 외교 등에 힘썼다고 해요. 튀니지에는 그의 이름을 딴 하비브 부르기바 국제공항과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가 있답니다.


배원준 세계화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