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저온·고압이 만든 '얼음 석탄'… 500년간 쓸 수 있는 양 있대요

입력 : 2020.09.24 03:30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우리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땅속에 매장된 화석 연료에서 얻어요. 하지만 지나치게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 환경 오염과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지요. 그래서 인류는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는 청정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어요.

그 대표적인 예가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입니다. 이 연료는 태울 때 석탄과 석유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매장량도 풍부해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어요. 오늘은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바닷속 가스하이드레이트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영구 동토나 심해 등 0℃ 이하의 저온과 높은 압력에서 천연가스와 물이 결합해 생성된 고체 연료예요. 그래서 '고체 천연가스' 또는 '얼음 석탄'으로도 불리죠.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수압이 높은 심해에선 0℃ 이하에서도 물이 얼지 않고 물과 얼음의 중간 형태를 띠는데요. 이때 바닷속 해초, 플랑크톤의 퇴적물이 썩을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이 물 분자 사이사이 공간을 채우면서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져요. 가스 중 90%가 메탄이어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라고도 합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형태와 특성을 가졌어요. 얼음은 녹으면 물이 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드라이아이스처럼 녹으면서 바로 기체가 되지요. 불을 붙이면 메탄이 타면서 강한 불꽃을 만들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립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화석 연료의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 해양에 비교적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데다 매장량도 많고, 주성분인 메탄은 연소시키면 물과 함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와 같은 오염물질이 아주 적게 나오기 때문이에요.

고체인 가스하이드레이트 1㎥당 추출할 수 있는 메탄가스는 160~170㎥에 달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에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만도 약 10조t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이는 지구의 석탄·석유 매장량을 합한 것보다 2배 정도 많은 양이고, 인류가 약 500년간 쓸 수 있는 규모랍니다. 우리나라 독도를 비롯해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노르웨이, 일본, 멕시코 등 대륙 주변의 심해와 영구 동토 지역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온실 효과 20배나 더 큰 메탄가스

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아직 널리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어요. 생각만큼 채취가 쉽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이죠.

시추 과정에서 물과 분리된 메탄가스는 바닷속이나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쉬워요. 연소시키지 않은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0배 이상이나 큽니다. 이 때문에 연소 전에 퍼져 나가면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킬 수 있지요. 또 메탄가스를 꺼내는 과정에서 하이드레이트층이 붕괴돼 해저 지반이 가라앉고 해저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스웨덴 린네대학교 연구팀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해저에 퇴적된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가스가 대량 방출돼 해양 온난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하는 장치와 원격 조정형 무인 잠수정을 통해 3년간 남대서양 해저를 탐험한 결과, 수세기에 걸쳐 남반구에서 수온 상승 때문에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해리(분해) 현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메탄가스가 방출되면서 해양 온난화가 발생해 기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거예요.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해리 현상을 막으려면 지구온난화를 막아 수온을 낮춰야 한다고 합니다.

◇지진법으로 찾는 가스하이드레이트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어떻게 찾아낼까요? 일반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지층 탐사에 사용되는 '지진법'으로 알아냅니다. 지진법이란 지진파라는 초음파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서 반사되는 파동을 통해 지질의 특성을 조사하는 방법이에요. 이를 이용하면 특정 해저 지층에서 특별한 반사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반사면이 곧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해요.

현재 일본과 미국, 인도,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채굴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난카이 해역 1000m 심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 천연가스 시험 생산을 시작했죠. 그리고 2018년 상용화 기술을 개발해 오는 2023~2029년 사이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주로 알래스카와 멕시코만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채굴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연료로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저 지층 파괴 없이 메탄가스를 물과 분리한 후 안전하게 끌어올리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19세기가 석탄, 20세기가 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돼요.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