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세계의 박물관] 달리가 살던 '초현실주의 공간'… 지하엔 그가 묻혀있대요
입력 : 2020.09.15 03:30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 ▲ 1960년대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반려묘.
달리의 상당수 작품들과 유품들은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 극장미술관'에 기증되었고, 그의 시신은 미술관 지하실에 안치되었어요. 지금도 전 세계 각지에서 달리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피게레스 미술관을 찾습니다.
피게레스 미술관은 달리가 어렸을 때부터 동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극장이었어요. 하지만 이 극장은 스페인 내전(1936~1939)이 벌어지자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1960년 피게레스의 시장이 그 망가진 건물을 달리를 위한 미술관으로 재건할 계획을 세웠어요. 피게레스 출신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달리였기 때문이었죠. 1969년 공사가 시작되어 1974년 드디어 달리 미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84년 바로 그 옆에 있던 옛 성탑 토레 고르고트까지 미술관 공간으로 확장했어요. 건강이 나빠져 바르셀로나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달리는 피게레스로 다시 돌아왔고, 그 이후부터는 토레 고르고트 성탑에 마련된 개인 특실에서 남은 생을 보냈습니다.
- ▲ 작품1 - 살바도르 달리, 〈메이 웨스트 방〉, 1974년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있는 달리의 '나르시스의 변신'을 보면 그의 복잡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이 그림에는 고개를 숙인 채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만 슬프게 바라보는 소년이 있습니다. 또 부활을 상징하는 달걀과 달걀의 껍데기를 깨고 피어오른 수선화가 함께 그려져 있어요. 오직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하던 외로운 소년의 영혼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 ▲ 작품2 - 살바도르 달리, 〈양 갈비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갈라〉, 1933년.
〈작품1〉에서 달리는 피게레스 미술관 내 가구와 휘장, 액자 등을 가지고 당시 유명했던 할리우드 여배우의 얼굴을 만들었어요. 거실이면서 얼굴도 되는 이중 이미지인데요. 배우의 이름을 따서 '메이 웨스트 방'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금발 여인의 눈·코·입처럼 보여요. 거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얼굴이라는 '또 다른 현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 ▲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사실 피게레스 미술관 자체가 초현실주의 놀이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는 이 미술관을 두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내 미술관이 가장 거대한 초현실주의 오브제가 되길 바란다." 옥수수를 머리카락처럼 매달아놓은 입구에서부터 시작해서 '메이 웨스트 방'까지 달리의 환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