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여권으로 세상 읽기] 거북선·김홍도의 풍속화… 역사 속 27개 문화유산 담았죠
입력 : 2020.08.25 03:05
대한민국 새 여권
그렇다면 우리나라 새 여권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요? 정부가 공개한 확정안에 따르면, 새 여권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총망라한 27개 문화유산들이 실립니다.
먼저 훈민정음의 경우 현행 여권에도 실려 있긴 하지만, 신원 정보 기재면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에 인쇄돼 있어 희미하게 보여요. 그런데 새 여권은 사증 페이지에 '훈민정음언해' 어제(御製·임금이 직접 지음) 서문과 설명을 크게 실을 예정입니다. '새로 스믈여듧 字랄 맹가노니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라는 부분입니다.
거북선을 강조한 이미지도 눈에 띕니다.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안된 돌격선으로 공격과 방어, 이동성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배죠. 거북선 역시 현행 여권에 그려져 있지만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부분에 얼핏 보이는 정도인데, 새 여권은 별도 페이지를 할애해서 거북선을 그렸답니다. 조선시대 정조(1795년) 때 편찬된 '충무공전서'에 실린 '전라좌수영 귀선도(龜船圖)' 이미지예요. 이 그림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거북선 그림 2점 중 하나여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해요. 오늘날 우리나라 조선(造船) 회사들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을 만들고 세종대왕함 같은 첨단 군함을 만드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 ▲ 새 대한민국 여권의 표지와 속지예요. 훈민정음언해(18·19쪽)와 앙부일구(20쪽), 거북선(21쪽), 맹호도(22쪽), 김홍도의 ‘춤추는 아이(23쪽)’, 일월오봉도(24·25쪽),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26·27쪽) 등이 실려 있어요. /문화체육관광부
보안 측면을 보면 새 여권은 신원 정보 기재면을 종이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서 얼굴 사진을 그 위에 레이저로 새긴다고 해요. 과거에는 여권에 증명사진을 풀로 붙이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얼굴 사진을 고해상도로 스캔한 후 여권에 디지털로 인쇄하는 기법을 쓰고 있죠. 미국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유명한 보안 전문가인 프랭크 애버그네일(72)은 "기술이 발전하면 위조 기술도 발전한다. 그러므로 그에 대항하는 기술은 계속 더 발전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해나갈 여권의 변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