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그림속에 숨어있는 수학]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1:1.618'… 모나리자 얼굴에도 숨어있죠

입력 : 2020.08.14 03:09

황금비율

보통 우리는 미적(美的)으로 완벽한 비율을 '황금비율'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봤을 때 가장 균형 잡혀 있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비율을 말하는데요. 보통 '1:1.618'을 황금비율이라고 여겨요. 이 같은 황금비율은 역사적으로 수학자뿐 아니라 건축가와 예술가들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오늘은 명화 속에 숨겨져 있는 대표적인 황금비율을 알아볼게요.

모나리자 얼굴 속 황금비율

황금비율이 처음 거론된 건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기원전 582?~497?)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 수(數)라고 보고 모든 세상을 수학적 법칙으로 설명하려고 했는데요. 특히 정오각형의 각 꼭짓점을 대각선으로 연결해서 만든 별 모양에서 이상적인 '황금비율'을 발견했어요. 정오각형의 한 변의 길이와 대각선 길이의 비율, 정오각형의 대각선이 교차하는 선분의 비율이 모두 1:1.618이었던 것이죠. 이것을 황금비율의 시초라고 합니다.

이후 유클리드 등 여러 수학자에 의해서 '1:1.618'이 황금비율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어요. 수학식으로 표현하면 1:1.61803… 식의 무리수로 나타나지만, 이를 소수 셋째 자리에서 끊어서 보통 1:1.618, 더 간단하게 1:1.6이라고 말하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모나리자’ 속 여인은 얼굴 자체가 황금비율이랍니다. 얼굴 가로 길이를 1이라고 하면 세로 길이는 약 1.6, 턱에서 코끝까지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그 코끝에서 눈썹까지의 길이는 약 1.6이라고 해요. 몬드리안의 ‘빨강, 검정, 파랑, 노랑, 회색의 구성’(오른쪽 그림)은 황금 직사각형을 이용했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모나리자’ 속 여인은 얼굴 자체가 황금비율이랍니다. 얼굴 가로 길이를 1이라고 하면 세로 길이는 약 1.6, 턱에서 코끝까지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그 코끝에서 눈썹까지의 길이는 약 1.6이라고 해요. 몬드리안의 ‘빨강, 검정, 파랑, 노랑, 회색의 구성’(오른쪽 그림)은 황금 직사각형을 이용했어요. /위키피디아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걸작 중 하나인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모나리자'를 볼까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 명화에도 황금비가 이용됐답니다. 아름다운 한 여인이 먼 산과 강을 배경으로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앉아 있는 '모나리자'는 상체를 약간 옆으로 돌린 채 얼굴만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서 완전한 정면이나 측면만 그렸던 당시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초상화였다고 해요.

그런데 '모나리자' 속 여인의 얼굴 자체가 황금비율이랍니다. 여인의 얼굴 가로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세로의 길이는 약 1.6, 턱에서 코끝까지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그 코끝에서 눈썹까지의 길이는 약 1.6, 코의 너비를 1이라고 하면 입의 길이는 약 1.6, 인중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입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약 1.6입니다. 다빈치는 모나리자 여인의 얼굴을 온통 황금비로 그린 셈이죠.

몬드리안의 황금 직사각형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몬드리안(1872~ 1944)의 작품에서도 황금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몬드리안은 마치 수학자처럼 정밀하게 도형과 색채를 표현했는데요. 그의 그림 속 단순한 패턴은 수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요.

대표적인 작품이 '빨강, 검정, 파랑, 노랑, 회색의 구성'입니다. 이 그림에서 몬드리안은 검정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구획을 단순하게 나누고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의 삼원색을 사용했어요. 무질서한 요소를 배제한 수학적이고 건축적인 균형이 두드러지네요. 특이한 건 화면 안에 있는 직사각형 중 똑같은 크기와 모양인 게 거의 없다는 거예요.

몬드리안은 자신이 추구하는 미적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황금비율을 이용했습니다. 실제 그의 작품 중 상당수 직사각형이 가로세로의 비가 1:1.618로 황금비를 이루고 있어요. 이렇게 황금비를 이루는 직사각형을 '황금 직사각형'이라고 해요.

파르테논 신전·피라미드도 황금비?

그동안 황금비율은 회화 작품뿐 아니라 건축에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전해졌어요. 역사학자들은 기원전 3세기에 지어진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도 황금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답니다. 피라미드 밑면의 정사각형 한 변과 그에 대한 높이의 비는 1:1.618이고, 더욱이 피라미드 옆면을 이루고 있는 삼각형을 반으로 자르면 밑변과 빗변의 비율이 1:1.618이 된다는 거예요.

황금비의 전형으로 자주 언급된 대표적인 건축물은 기원전 5세기에 지어진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균형 잡힌 건축물로 꼽히는 이 신전은 가로세로 비율이 1:1.6에 가깝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었지요. 또 고대 그리스 말기 조각상을 대표하는 밀로의 비너스상 역시 배꼽을 기준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황금비와 비슷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경주 석굴암, 내소사 대웅보전 등도 건물의 가로세로 비율이 황금비율에 가깝게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이 같은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도 많아요. 이런 사례들이 황금비에 대체로 가까운 건 맞지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다는 거죠. 그러나 분명한 건 많은 사람이 황금비에 가까운 형태에 안정감과 균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실제 19세기 독일의 과학자 구스타프 페히너는 많은 사람에게 여러 형태의 직사각형을 보여 준 다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요.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가로세로 비가 1:1.618을 이룬 황금 직사각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형태의 도형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점이 참 흥미롭지요?


이광연 '미술관에 간 수학자' 저자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