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한지 재료로 쓰이는 나무… 8세기 초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만들었죠
입력 : 2020.08.07 03:05
닥나무
가지를 꺾으면 유난히 크게 '딱' 소리를 내는 나무가 있습니다. 얄따란 가지가 옆으로 퍼져 자라 어른 키 조금 넘게 자라는 나무로, 뽕나뭇과(科)의 '닥나무'입니다. 최근 경남 진주에서 키가 약 8.5m, 가슴높이 둘레만 약 1.6m에 이르는 거대한 닥나무가 발견돼 화제가 됐는데요. 수령(나무 나이)이 60년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보통 닥나무보다 훨씬 키가 커서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해요.
닥나무는 '한지를 만드는 뽕나무'(Paper Mulberry)로 유명합니다. 전통 한지의 재료가 되는 나무죠. 실제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닥나무를 이용해 한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조상이 그 많은 나무 중 닥나무를 이용해 종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닥나무는 '한지를 만드는 뽕나무'(Paper Mulberry)로 유명합니다. 전통 한지의 재료가 되는 나무죠. 실제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닥나무를 이용해 한지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조상이 그 많은 나무 중 닥나무를 이용해 종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 ▲ ‘한지를 만드는 뽕나무’(Paper Mulberry)인 닥나무는 화학적으로 잘 변하지 않고 질겨서 종이 소재로 적합해요. 한지 제조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 엿볼 수 있답니다. /위키피디아·연합뉴스
종이의 원료인 '펄프'는 이런 식물성 섬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를 응축해 만듭니다. 펄프의 길이는 1㎝ 이내이고 폭은 이보다 약 300분의 1 수준으로 가늘어서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그런데 이 셀룰로오스는 물과 아주 친해서 물에 풀어지면 쉽게 서로 엉기고 뭉친답니다. 이렇게 뭉친 섬유를 얇게 펴서 말리면 한지가 완성됩니다.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보존력이 아주 우수합니다. 식물 섬유의 길이가 긴 닥나무의 특징을 공정 과정 내내 잘 지켜냈기 때문이에요. 우리 조상은 매년 11~12월에 채취한 1년생 닥나무를 이용해 한지를 만들었어요. 손으로 닥나무 껍질을 일일이 벗겨낸 뒤 두드려서 손상이 적은 양질의 섬유를 얻었지요. 이를 잿물(나무를 태운 재에 물은 부은 후 거른 물)에 삶아서 죽과 같은 상태의 수제(手製) 펄프를 만들었는데, 알칼리성인 잿물에 삶으면 종이가 삭아 누렇게 변하는 걸 늦출 수 있답니다. 물론 생산 과정이 느리고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서 지금은 대부분 자동 공정화됐지요.
우리 한지 제조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 엿볼 수 있어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공사 과정에서 닥종이로 된 두루마리 형태로 발견됐는데요. 8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무려 1200여년의 세월을 견뎠다는 것이 무색하게 선명하고 단단한 상태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