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태양열이 만드는 기상현상, 대기권 3억개 격자로 나눠 예측하죠

입력 : 2020.08.06 03:00

일기예보

최근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역대급 폭염이 올 거라더니 물폭탄만 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답니다. 지난 5월 기상청이 폭염을 예고했는데 장마가 길게 이어지면서 예측이 빗나갔거든요. 그렇다면 기상청은 어떻게 일기예보를 만드는 걸까요?

태양열이 일으키는 기상 변화

기상은 바람, 비, 구름, 눈, 무지개 같은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일기 또는 날씨란 말로도 쓰이죠.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과 기온, 하늘의 모양을 예측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기상현상은 바로 대기의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데, 이 대기의 움직임은 태양열 때문에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과학] 태양열이 만드는 기상현상, 대기권 3억개 격자로 나눠 예측하죠
/그래픽=안병현
태양열이 대기를 뜨겁게 데우면 기온이 올라가고, 기온이 올라가면 기압이 달라집니다. 대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므로 이것이 바람을 만들죠. 바람이 위로 올라가는 상승기류를 타면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로 뭉쳐서 구름이 되고 이것이 비가 되어 내려요. 그러니 기온·기압·풍향·풍속·습도를 아는 것은 날씨의 변화를 알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현대 기상학에 기여한 폰 노이만

하지만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기예보는 과학이라기보다 경험과 직관에 기댄 추측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19세기 과학자들이 물리학으로 날씨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미국 최초의 날씨 예보관'으로 불리는 미국 기상학자 클리블랜드 애비(1838~1916)는 "기상학은 곧 열역학과 유체역학(물·공기 등 움직이는 물질에 관한 물리학)"이라고 주장했지요.

이후 노르웨이 과학자 빌헬름 비에르크네스(1862~1951)는 현재의 대기 상태를 관찰한 뒤 일정한 수학 공식을 적용하면 이후 상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날씨 자료가 너무 부족했고 컴퓨터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으로 그치고 말았죠.

일기예보에 과학을 처음 적용한 사람은 영국 과학자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1881~1953)입니다. 그는 비에르크네스의 수학 공식으로 날씨 예측을 시도했어요.

현대 기상예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은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천재 수학자'인 폰 노이만(1903~1957)입니다. 그는 많은 공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수학자, 기상학자 등과 수년간 연구한 끝에 기상예보에 필요한 공식을 만들어냈답니다. 그리고 1950년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에 계산을 시켰죠. 에니악이 계산한 '24시간 기상예보'는 실제 날씨와 상당히 맞아떨어졌다고 해요. 이후 컴퓨터 성능이 크게 발달하면서 일기예보는 점점 더 정확해졌어요.

수퍼컴퓨터가 예측하는 날씨

오늘날 기상청은 다양한 기상관측장비를 통해 기온, 습도 같은 날씨 자료를 수집하고 이 자료를'수퍼컴퓨터'(초고속 컴퓨터)에 전송해서 일기예보를 합니다.

먼저 날씨 예측엔 갖가지 관측 기기가 동원되는데요. 지상에는 기상대와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있어요. 자동기상관측장비는 온도, 기압, 풍향·풍속, 강우량 등을 센서로 자동 측정하지요. 기상 레이더나 윈드 프로파일러는 전파를 지상에서 상공까지 쏘아서 비구름과 바람, 태풍의 움직임을 측정합니다. 해상에는 기상관측 장비를 실은 배와 부표가, 하늘에는 항공기와 기상위성이 기상 상황을 관측합니다.

작년 기준 전 세계의 지상 관측소는 5260곳, 배에 설치된 관측소는 305곳, 부표에 설치된 관측소는 729곳, 항공기 관측소는 7417개에 달해요. 또 지상 700~800㎞ 위에서 맴돌고 있는 극궤도 위성들이 2만곳 넘는 지점을 관측하고, 지상 3만6000㎞ 상공에서 돌고 있는 정지 기상위성은 4000여곳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수퍼컴퓨터는 이렇게 수집된 날씨 자료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수학 공식을 통해 계산하는 거예요. 어느 지역에 언제 비가 내리고 그칠지, 바람은 어느 곳에서 어느 방향으로 불지 등을 예측하려면 엄청난 양의 공식을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수퍼컴퓨터가 지구 전체의 대기를 작은 격자(직육면체)로 나눕니다. 3차원인 대기권을 가로·세로·높이 10㎞의 입체 공간으로 임의로 세분하는데요. 이러면 대기권이 자그마치 약 3억칸으로 나뉘어요. 그리고 각각의 격자에 기상측정장비들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날씨 자료들을 나눠서 입력합니다. 지구 대기를 가상으로 나눠서 거기에 관측값을 배정해야 그 값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날씨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복잡한 수치를 기상청에서 맑음/구름/비, 강수 확률 등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는 거예요.

지구상엔 제법 촘촘하게 기상관측장비들이 설치돼있지만, 컴퓨터가 아무리 지역을 잘게 쪼개서 예측해도 날씨 데이터를 자연 현상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전에 관측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수퍼컴퓨터가 예보를 내놓고 그 위에다 현재 날씨 자료까지 얹어서 예측을 보완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기상예보는 멀리 내다보는 예측일수록 정확도가 떨어져요. 또 대기의 격자를 10㎞보다 더 작게 만들면 더 촘촘하게 계산할 수 있어 예보 정확도는 높아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지상과 바다, 하늘 등이 더 많은 측정 장비로 뒤덮여야 한답니다. 이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지금도 비용과 효과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주일우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