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52] '점잖다'와 '점잔'

입력 : 2020.08.06 03:00
* 그는 "이젠 (젊잖아질/점잖아질/점잔아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바뀐 게 없다"고 비꼬았다.

* 주인공의 (젊잔/젊잖/점잖/점잔) 빼지 않는 설교가 마을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예쁜 말 바른 말] [152] '점잖다'와 '점잔'
/그림=정서용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어느 것인가요? 각각 '점잖아질'과 '점잔'입니다. 여러분은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었나요? 두 단어 모두 '젊다'라는 말과 연관 지어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데 그 뜻과 쓰임을 정확히 알아봅시다.

먼저 '점잖다'는 '젊지 아니하다'가 줄어든 말로 본래 '사람이 나이가 적당히 들어서 연륜이 있다'는 의미에서 파생했어요. 지금은 '사람이 언행이나 태도가 의젓하고 신중하다'란 의미로 쓰죠. 예를 들면 '그 신사는 점잖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또 '(사람이나 사물의) 품격이 속되지 않고 고상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그분은 너무 점잖고 말수가 적은 편이라 다가가기 쉽지 않아'와 같이 써요. 영어로는 'gentle'에 해당해요.

'점잖다'의 옛말은 18세기 문헌에서 '졈디 아니하다'로 나타나는데, 이때 '나이가 어리지 않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 국어에서는 이런 뜻에서 멀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점잖다'로 적게 된 거죠. 따라서 '젊잖다'는 표준어가 아닌 거예요. 참고로 '점잖다'는 [점잔타], '점잖아'는 [점자나], '점잖고'는 [점잔코], '점잖지'는 [점잔치], '점잖소'는 [점잔쏘]로 발음한다는 것 알아두세요.

'점잔'은 '점잖은 태도', 즉 '언행이 경솔하지 않고 의젓해서 묵중(默重)한 태도'를 이르는 명사예요. 뒤에 '짐짓 행동이나 태도를 꾸미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동사 '빼다'를 써서 '점잔(을) 빼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간혹 '점잔하다, 점잖하다'라고 쓰는 경우가 있지만 표준어가 아닙니다.


〈예시〉

―"양가 부모님을 모시는 자리이니만큼 격식 있고 점잖은 곳에서 만납시다."

―나는 목소리에 무게를 잡아 동생들을 점잖게 타일렀다.

―그는 점잖은 학자풍 외모에 유머 감각도 뛰어나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었다.

―친척들 앞에서 유난히 점잔을 떠는 사촌 동생이 무척 귀여웠다.

―"서로 점잔 뺄 것 없이 말 놓으면서 대화를 나눕시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