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입 퇴화돼 아무것도 못 먹는 파리류 곤충… 성충되면 최대 7일 산대요

입력 : 2020.07.31 03:00

깔따구

최근 인천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애벌레)이 발견돼 큰 논란이 일었어요. 시민들이 불안해하면서 환경부가 전국의 정수장을 전수 조사하는 등 점검을 강화하기도 했어요.

깔따구는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 파리 계통의 곤충이에요. 파리처럼 뒷날개가 퇴화돼 주로 앞날개 1쌍으로만 날고 1쌍의 큰 겹눈을 갖고 있지요. 생애 많은 기간을 물에서 주로 서식하는 '수서 곤충류'인데, 그중에서 종류가 가장 많아요. 세계적으로 약 1만5000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290여종이 환경부 국가생물종목록에 올라와 있답니다. 장수깔따구, 빨간도꾸나가깔따구, 요시마쯔깔따구 등이 가장 많이 관찰돼요.

깔따구 성충(사진 왼쪽)과 유충(애벌레)의 모습이에요.
깔따구 성충(사진 왼쪽)과 유충(애벌레)의 모습이에요. 성충은 모기처럼 생겼는데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못해요. 유충은 하수구나 하천 등 담수에 사는데, 일반적으로 오염된 물에 사는 것이 붉은색을 띤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연합뉴스
깔따구 성충(어른벌레)은 몸과 다리가 가늘고 길어서 언뜻 모기처럼 보여요. 하지만 입과 소화기관이 퇴화돼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요. 몸길이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12㎜라서 유충(30㎜ 정도)보다 짧아요.

대부분의 깔따구 유충은 하천이나 호수, 연못, 도랑, 하수구 등 담수에서 살고, 일부는 바닷가 연안에 살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오염된 물에 사는 유충은 붉은색이고, 맑은 물에서 사는 유충은 녹색이나 갈색, 흰색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사는 장수깔따구 등 3종의 유충은 모두 선명한 붉은색이에요. 붉은색 유충은 산소와 결합하기 쉬운 특수 헤모글로빈(산소를 운반하는 색소 단백질)을 갖고 있어서 진흙 속이나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호수와 연못에서 살 수 있어요. 여름철 수온이 올라 물속 용존산소가 더 부족해지면 진흙 속 깊은 곳(40~80㎝)으로 파고들어가 여름잠을 자며 악조건을 버텨냅니다.

깔따구 성충은 황혼 무렵에 수십~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이것을 군비(群飛)라고 하는데요. 수컷이 집단을 이루어 암컷 눈에 잘 띄도록 날갯소리를 내고, 암컷이 수컷 무리에 달려들어요. 성충은 교미하고 산란을 마친 뒤 곧 죽어요. 성충으로 자란 뒤 산란하기까지 최대 7일에 불과해요.

깔따구의 일생은 알-유충-번데기-성충의 4단계로 이루어지는데요. 알은 '난괴'(알주머니)로 불리는 젤리에 싸여 있어요. 장수깔따구는 둥그스름한 난괴에 알 2000~3000개를 낳고, 빨간도꾸나가깔따구는 실타래 모양 난괴에 900~1500개를 낳지요. 암컷이 물가나 물 위 부유물 등에 알을 낳으면 난괴가 수분을 흡수해서 팽창하며 물밑으로 가라앉아요. 1~3일 후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물속에서 동물의 사체나 부패물 등 유기물을 먹고 성장합니다. 이 때문에 깔따구 유충이 수질을 개선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네요. 유충은 보통 번데기가 될 때까지 4~5번 탈피하는데, 종에 따라 다르지만 봄과 가을에 우화(성충이 되는 것)하는 종이 많습니다.

깔따구 성충은 흰색이나 노란색 계열의 밝은 불빛에 잘 모이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창가나 가로등, 상점 불빛에 모여 있고 밤이 되면 집 안이나 음식점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공중에 떠다니는 깔따구 사체 잔해가 입이나 코에 들어가면 사람에 따라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