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구 곳곳 1만3000여종 발견… 금속 먹어치우는 종류도 있대요

입력 : 2020.07.30 03:05

박테리아

최근 저명한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리드베터 교수팀의 새로운 박테리아 발견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았어요. 연구진은 유리병에서 '금속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답니다. 금속을 먹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오늘은 지구 상에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박테리아(세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금속을 먹는 박테리아 발견

리드베터 교수 연구팀은 탄산망간 화합물로 코팅된 유리병을 실험에 사용한 뒤 씻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어요. 몇 달 후 유리병 표면이 검게 변한 것을 발견했는데, 망간 (망가니즈·Mn)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 때문에 탄산망간이 산화된 것이었답니다. 여기서 산화란 어떤 물질이 산소를 얻거나 전자를 잃는 것을 말해요.

망간은 지각에서 열두째로 많은 금속 원소예요. 겉보기엔 철과 비슷한데 철보다 부서지기 쉽다고 해요. 보통 지구 표면과 깊은 바다 밑에 많이 존재하고 생물의 물질대사에 필수적인 원소로 알려졌어요. 과학자들은 100년 전부터 금속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박테리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밝힌 것이지요.

◇단세포 미생물인 박테리아

박테리아란 지구 어디에서나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단세포 미생물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0.1㎜ 이하이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보이지요. 지금까지 1만3000여종이 발견됐는데, 이는 지구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종류의 1%에도 못 미칠 거라고 해요. 워낙 변이가 다양한 데다 살지 못하는 환경이 없어서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죠.
박테리아 설명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1676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으로 빗물 속 단세포 미생물(박테리아)을 처음으로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를 영국왕립학회에 보고하면서 미생물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어요. 미생물 중 곰팡이가 가장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박테리아와 원생동물, 미세조류가 관찰되었습니다. 박테리아를 우리말로 '세균'이라 하는 거예요.

어떤 것을 생물이라고 부르기 위한 조건 중에는 '세포로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박테리아는 단 하나의 세포로 되어있는 단세포 생물입니다. 사람이 50조개 이상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박테리아가 얼마나 단순한 생명체인지 알 수 있죠. 지금까지 알려진 박테리아 대부분은 1~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정도로 미세한 크기인데요. 세포막과 세포벽을 가지고 있어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내부에는 DNA와 RNA 같은 유전물질과 효소도 갖고 있어서 독립적인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대장균도 박테리아예요.

박테리아 중 일부는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감염입니다. 결핵, 콜레라, 파상풍 등이 대표적인 세균성 질병이에요. 하지만 대부분의 대장균은 우리 몸과 공생하며 살고 있고, 특히 장에 있는 유산균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등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죠.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유명해진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포로 되어있지 않아서 생물이라 볼 수 없습니다. 독립적인 생명 활동이 불가능하고 오직 다른 생물에 기생해서 증식하지요.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비생물의 중간에 해당된다고 여겨져요.

◇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아

우리가 사는 지구에 최초로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약 35억 년 전입니다. 처음 나타난 생물은 바닷속에 사는 박테리아였어요. 작고 둥근 형태의 이 박테리아의 이름은 청록색을 띤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인데, 엽록소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했죠. 지금도 바닷속을 떠다니며 살고 있지만, 오래전에 살던 시아노박테리아는 바다에 쌓이고 굳어져서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화석으로 남아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우리나라 인천 소청도에도 10억년 전 만들어진 것이 있어요.

현재 지구에는 박테리아가 살지 못하는 곳이 없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있어요. 물의 어는점보다 낮은 영하의 온도, 끓는점보다도 높은 120도 이상의 온도, 염분이나 중금속 농도가 매우 높거나 방사능에 오염된 환경에서조차도 살아가고 있답니다. 박테리아가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듯 극한 환경에서도 무언가를 먹어서 에너지를 만들고 증식을 하는 생명 활동을 한다는 뜻이에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대·존스홉킨스대 공동 연구진은 바위 속 수분을 먹고 자라는 박테리아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석고 바위의 칼슘과 황산염 이온 사이에 물이 존재하는데, 건조한 환경에 처한 시아노박테리아가 얇은 점막을 이용해 바위를 파고들어가 수분을 섭취한 거죠. 박테리아가 수분을 빨아들이고 난 바위는 물이 없는 '무수광물'로 변했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구 밖 우주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어요. 극저온이나 초고온, 매우 낮은 pH(수소이온농도지수), 고압, 건조 환경은 물론 유기물이 없는 조건에서조차 에너지원을 찾아 살아가는 박테리아라면 우주 어딘가에도 살고 있지 않을까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