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51] '유도 신문'과 '유도 심문'

입력 : 2020.07.30 03:03

* 피고 측 변호인은 검사가 '유도 신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선배의 달콤한 '유도 심문'에 걸려 속마음을 털어내고 말았다.

위 예문에서 ' ' 안 단어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나요?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 포털 사이트 맞춤법 퀴즈에서 무려 70% 넘게 틀리는 낱말이거든요.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의 뜻이 구분되듯이 '유도 신문'과 '유도 심문'도 구별해서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신문'과 '심문'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신문'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 물음'이라는 뜻이 있어요. 여기에서 '신(訊)'은 '말로 묻는다'라는 뜻을 가진 흔히 접하지 않는 한자예요. 예를 들어 '봉덕이는 하인을 폭행했다고 관아에서 신문을 받았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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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서용

다음으로 '심문'은 '조사하기 위해 자세히 따져 물음'이라는 뜻이 있어요. 여기에서 '심(審)'은 '자세히 살피다'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예요. 예를 들어 '법원은 한씨에 대한 심문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신문'은 질문자가 이미 진실을 아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물어 조사하는 것, '심문'은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을 하고 상대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유도 신문'과 '유도 심문'은 어떻게 다를까요? '유도 신문(誘導訊問)'은 '증인을 신문하는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답변을 암시하면서 무의식 중에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꾀어 묻는 일'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유도 신문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예"라는 대답이 나오게 질문을 작성하는 것이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반면에 '유도 심문(誘導審問)'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무의식 중에 원하는 답변을 하도록 자세히 따져서 물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시〉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그는 유도 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재판장은 증인에 대한 유도 신문을 하는 검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검찰은 변호인이 유도 신문을 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큰형의 집요한 유도 심문에 넘어가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