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엉뚱하고 거창한 발명품 구상해 세상 풍자한 美 '괴짜' 신문 만화가

입력 : 2020.07.28 03:07

루브 골드버그처럼

사라 애런슨 글ㅣ로버트 뉴베커 그림ㅣ함께자람ㅣ48쪽ㅣ1만2000원

기차에 탔는데 깜빡 잠이 들어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쳤네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면 똑똑한 '루브 골드버그'(1883~1970)의 발명품을 이용해봅시다.

승무원이 내릴 역 이름을 외치면, 아기가 울기 시작합니다. 아기의 눈물이 떨어져 양동이를 채우면 도르래에 걸린 줄이 당겨지면서 스파이 인형이 교수형을 당해요. 스파이 인형의 머리가 흔들리는 선반 바닥에 부딪히면 모발영양제 병이 거꾸로 뒤집혀요. 이 모발영양제가 대머리 흉상에 흘러내리면 머리카락이 자라죠. 그 머리카락이 고양이 턱을 간질이면 고양이가 놀라서 뛰어내리고…. 이쯤 되면 도대체 루브 골드버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루브 골드버그처럼
/함께자람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루브 골드버그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해요. 졸업 후에는 샌프란시스코 상하수도과에 취직하죠. 엔지니어는 좋은 직업이었지만, 루브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신문사에 취직해 휴지통을 치우거나 바닥을 청소하는 잡무를 해요.

열심히 일했던 루브는 결국 신문사에 시사만화를 연재하게 되지만, 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가요. 그곳에서 '뉴욕 이브닝 메일'이라는 큰 신문사의 만화가가 되었고, 세상 일에 대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루브는 단숨에 유명해졌답니다.

사람들은 루브의 만화 중에서 루시퍼 고르곤졸라 버츠 교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특히 좋아했어요. 이 괴짜 교수는 황당하고 복잡한 기계를 발명했죠. 도르래와 스프링, 줄과 고리 등 거창하고 복잡한 도구를 이용해서 고작 모기를 쫓거나 식사 후 냅킨으로 입을 닦아주는 기계를 만드는 식이었어요. 이를 통해 일상에서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얼마나 어이없이 복잡하게 만들면서 살아가는지 이야기하려고 한 거예요.

루브가 상상해낸 기계는 실용성은 없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뇌를 부지런히 쓰게 만들어요. 덕분에 사람들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루브는 미국의 대표 사전인 웹스터 사전에도 이름을 올렸답니다. "아주 간단한 일을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요. 루브는 말년에 정치풍자만화로 1948년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