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여권으로 세상 읽기] 英과 전쟁서 패해 내준 말비나스 제도, 여권에 그려 영유권 주장하죠
입력 : 2020.07.28 03:05
아르헨티나
여러분은 아르헨티나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나요?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나 마라도나를 떠올릴 수도 있고, 노래 '울지말아요 아르헨티나'의 주인공인 대통령 부인 에바 페론이나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올릴 수도 있어요. 또 어떤 이는 독립 이래 총 9번의 국가 부도를 경험한 이 나라의 불안정한 경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 여권은 자국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을까요?
아르헨티나 여권 표지 위쪽을 보면 'Mercosur(남미공동시장)'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유럽에 EU(유럽연합)가 있듯이 남미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경제협력체 '메르코수르'가 있지요.
아르헨티나 여권 표지 위쪽을 보면 'Mercosur(남미공동시장)'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유럽에 EU(유럽연합)가 있듯이 남미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경제협력체 '메르코수르'가 있지요.
- ▲ 아르헨티나 여권 앞면(사진 왼쪽)과 뒷면. 앞면에는 남미공동시장을 뜻하는 ‘메르코수르’가 써 있고, 뒷면에는 남극 일부와 말비나스 제도,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했어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흥미로운 건 아르헨티나 여권의 뒤표지예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아르헨티나의 위치가 빗금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브라질이 남아메리카 영토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사실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면적이 큰 나라입니다. 특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초원 지대는 비옥하기로 유명한 최고의 농토이죠. 그런데 여권에 표시된 아르헨티나 지도에는 특이한 점이 있어요. 아르헨티나 본토 밖에 또 다른 땅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은 남극 일부입니다. 남극은 세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며, 바람이 거친 땅이죠. 물개나 펭귄이면 모를까 인간은 사실상 살 수 없는 땅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 나라가 남극의 일부를 자국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아르헨티나가 '내 땅'이라고 주장하는 영역은 영국, 칠레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민감한 구역입니다.
남극의 전체 면적(약 1300만㎢)은 중국, 인도를 합친 것과 비슷해요. 그 땅과 주변 해역엔 수많은 지하자원과 해양자원이 매장돼 있는 데다, 남극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과학 실험·연구 활동 때문에 남극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요.
지금까지는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과 후속 조약들 때문에 여러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자원을 개발하는 게 금지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오는 2048년 자원 개발 여부에 대한 재검토 시기가 도래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해요. 아르헨티나는 바로 이때를 염두에 두고 미리 '남극은 우리 땅'이라고 움직이고 있는 거죠. 남극에 세종기지와 장보고 기지를 설치한 우리나라에도 남극은 큰 관심의 대상이랍니다.
시선을 옮겨 아르헨티나 본토의 오른쪽을 보면 두 개의 작은 점이 있어요. 하나는 말비나스 제도(영국명 포클랜드)이고 멀리 있는 점은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입니다. 둘 다 현재 영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가 지금도 자국령이라고 주장하는 곳이에요. 특히 두 곳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양국이 영유권을 두고 75일간 싸웠던 지역이기도 하죠.
이렇듯 아르헨티나 여권은 '영토'에 대해 관심을 강하게 풍긴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마치 앞으로 다가올 자원 경쟁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