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무대서 노래하는 모차르트·파가니니… 색다른 묘미 느껴요

입력 : 2020.07.24 03:00

음악가의 생애 다룬 뮤지컬들

음악사에 길이 기억되는 거장 음악가의 파란만장한 삶만큼이나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소재가 있을까요. 실제 많은 음악가가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최근에는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와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가 서로 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지요. 오늘은 화려한 뮤지컬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음악가들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볼게요.

◇무대서 만나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뮤지컬은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무대 예술이에요. 18세기 영국에서 출발해 20세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크게 발달했지요.

올해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 최초로 소개된 오스트리아 뮤지컬이에요.
올해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 최초로 소개된 오스트리아 뮤지컬이에요. 거장이 작곡한 빛나는 작품들을 무대 위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묘미입니다. /EMK뮤지컬컴퍼니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두 사람의 이름만큼은 친숙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모차르트(1756~1791)와 독일 출신 베토벤(1770~1827)이에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등장한 '빈 고전파 음악'은 두 사람에 의해 크게 발전했어요. 지금 오스트리아 중앙묘지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비석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2010년 초연돼 올해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뮤지컬 시장에 최초로 소개된 유럽 뮤지컬이에요. 귀에 꽂히는 음악과 더불어 탄탄하게 구성된 드라마가 유럽 뮤지컬의 특징이지요.

베토벤의 경우,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클래식 음악계를 비롯해 많은 기념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데 국내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도 2018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중이랍니다. 청력을 상실해 가는 베토벤이 조카 카를을 자신의 수제자로 키우면서 생겨나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어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교향곡 3번 '영웅',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6번 '전원' 등을 생생한 피아노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것이 거장 음악가가 주인공인 뮤지컬을 감상하는 묘미입니다.

천상의 목소리, 파리넬리

16세기 말부터 18세기 중기에 이르는 유럽의 '바로크음악 시대'는 '카스트라토'의 전성기였어요. 카스트라토란 아름다운 고음을 내는 남성 가수를 뜻해요. 보통 변성기가 되기 전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기 위해 거세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높은 음역을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이 중요한 예술 무대에 서기 힘들었던 시절 유럽에서 카스트라토는 여성보다 폭넓고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를 내는 가수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어서 수많은 소년이 카스트라토가 되길 희망했지요. 한때 이들을 키우는 전문적인 양성 기관이 생길 정도였지만 1903년 로마 교황이 비인간적인 행위라며 공식적으로 카스트라토를 금지하면서 이제 오페라 무대에서 더 이상 그들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이 이탈리아 출신의 카스트라토, 카를로 브로스키(1705~1782)입니다. '파리넬리'라는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인기는 오늘날로 따지면 세계적인 록스타나 아이돌을 뺨칠 정도였다고 해요.

2015년 초연된 국내 창작 뮤지컬 '파리넬리'는 그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올해의 창작뮤지컬상, 신인남우상, 음악감독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에요. 형 리카르도와 함께 음악 여행을 다니며 전 유럽을 휩쓸었던 파리넬리의 삶과 고민을 보여주지요. 2018년 재공연 무대에서는 '낭독 뮤지컬'이라는 소극장 2인극 뮤지컬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어요.

파가니니와 라흐마니노프를 무대에 올리다

19세기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가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작곡 실력보다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바이올린 연주 실력으로 더 유명한 음악가입니다. 어찌나 신들린 연주 실력을 뽐냈는지 당시 사람들은 사람의 실력이라 믿을 수가 없어서 '파가니니가 영혼을 팔아 악마와 계약했다'며 수군거렸어요.

실제 파가니니가 죽은 후 교회는 그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며 공동묘지에 매장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의 아들 아킬레는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36년간 법정 싸움을 벌였는데요. 뮤지컬 '파가니니'는 바로 이 내용을 주축으로 '24개의 카프리스'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라 캄파넬라' 등 파가니니의 명곡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로 선보였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가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생애를 다룬 창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천재 작곡가가 겪었던 슬럼프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고민에 대해 주목한 작품이에요.

라흐마니노프는 24세 때 '교향곡 1번'을 발표했는데, 예상치 못한 혹평에 시달렸어요. 신경쇠약으로 두문불출했던 라흐마니노프는 정신의학자 달 박사를 만났고, 최면과 암시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겨우 두려움을 극복해나갔다고 해요. 그런 그가 1901년 마침내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했고, 이후 최고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답니다. 뮤지컬에서는 그의 대표곡들을 피아노와 현악 4중주로 연주해 깊이를 더하고 있죠.


[뮤지컬의 기원이 된 '거지 오페라']


오늘날 뮤지컬의 기원이 된 건 1728년 영국 런던에서 상연된 '거지 오페라'라고 해요. 그전까지 음악과 연극이 결합된 오페라는 소수의 귀족이 누리던 고급 예술이었는데요. '거지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주고받던 대화를 영어로 바꾸고, 대중곡과 활기찬 춤을 넣어서 극을 전개시켰어요. 이를 '발라드 오페라'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오늘날 뮤지컬의 시작이라고 본답니다. 본격적인 최초의 뮤지컬은 1866년 미국에서 초연된 '블랙 크룩'이라고 해요.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