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적란운이 만든 10억 볼트 스파크… 하루 800만번 친대요

입력 : 2020.07.23 03:05

번개

장마철이에요. 검은 구름 사이에서 '번쩍' 번개가 치더니 뒤이어 '우르르 쾅쾅' 공기를 울리는 천둥소리가 들리지요. 여름에는 이처럼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장대비가 자주 쏟아져요. 번개가 땅을 향해 내리꽂히면 무섭기까지 해요. 오늘은 번개의 정체에 대해 알아볼게요.

◇거대한 방전 현상, 번개

번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먼저 강한 태양 광선이 지표면을 데우면 공기가 빠르게 위로 올라가 소나기구름(적란운)을 만들어요. 이때 구름 속에서 물방울과 얼음알갱이들이 툭탁툭탁 부딪치면서 마찰을 일으켜 대기 중에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 현상을 '방전(전기를 방출하는 현상)'이라고 해요. 이때 발생하는 빛이 '번개'입니다.

공기는 절연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양전하(+)와 음전하(-)를 띤 구름과 구름, 구름과 지표면 사이의 전압 차이가 수백만~수억 V(볼트)로 커지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전류가 번쩍 흐르게 됩니다. 번개가 한 번 칠 때의 전기량은 전압 10억V, 전류가 수만A(암페어)에 달하는데요. 한국 전력에 따르면 실제로 번개가 한 번 내리칠 때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는 100W(와트)짜리 전구 10만 개를 약 한 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전력량과 같습니다.
번개 정리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번개가 칠 때 들리는 천둥소리는 왜 발생할까요? 번개가 치면 태양 표면 온도의 5배나 되는 약 3만도의 높은 열이 발생하면서 주변 공기가 팽창하게 돼요. 이 충격으로 공기가 부르르 떨리면서 천둥소리가 나는 거예요. 사실 번개와 천둥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지만 빛과 소리의 빠르기가 다르기 때문에 번개가 먼저 보이고 천둥소리는 나중에 들립니다. 빛은 1초에 30만㎞를 가지만, 소리는 1초에 340m밖에 못 가거든요. 천둥소리는 보통 20㎞ 바깥까지 들리는데, 때에 따라서는 약 40㎞ 떨어진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구름 속 전기가 땅으로 흐를 때도 있어요. 이것을 벼락(낙뢰)이 친다고 해요. 전기는 자석처럼 같은 전하(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전하끼리는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는데요. 구름의 음전하를 땅 표면의 양전하가 강하게 끌어당기면서 벼락이 떨어지는 거지요. 이때 나무나 건물처럼 보통 땅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물체가 번개의 표적이 돼요.

◇번개의 정체를 밝혀낸 프랭클린

베일에 싸여 있던 번개의 정체를 밝혀낸 사람은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입니다. 그는 비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던 1752년 어느 날, 아주 위험천만한 실험을 했어요.

프랭클린은 연의 위쪽 끝에 날카로운 철사를 달고, 아래쪽 연줄 끝에는 구리 열쇠를 달았어요. 연줄은 대마실로 만들어서 연이 비에 젖었을 때 전류가 잘 통하도록 했죠. 그리고 먹구름 가까이 아주 높게 연을 띄운 뒤 번개가 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번쩍! 번개가 치자 그는 직접 손가락을 구리 열쇠 근처로 갖다 댔어요. 찌릿, 하고 손끝으로 전기의 흐름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지요.

프랭클린은 이 실험을 신문에 발표하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답니다. 번개의 정체가 '신의 형벌'이나 '하늘의 분노'가 아니라 방전 현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거죠. 다만 매우 위험한 실험이라 비슷한 시도를 하던 몇몇 과학자가 감전돼 죽기도 했어요. 이후 프랭클린은 끝이 뾰족한 침으로 번개를 끌어당긴 뒤 구리선을 통해 전류를 땅속으로 흘려보내는 '피뢰침'도 발명했어요.

◇709㎞에 이르는 가장 긴 번개

그렇다면 번개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18년 10월 31일 브라질에서 관측된 길이 709㎞의 번개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번개로 기록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수도 워싱턴DC까지 거리에 해당하는 엄청난 길이죠. 종전까지 가장 긴 번개는 2007년 6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관측된 321㎞짜리 번개였는데 단숨에 종전 기록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어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보는 번개는 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WMO는 가장 오랜 시간 번쩍인 번개 기록도 발표했는데요. 2019년 3월 4일 아르헨티나 북부 로사리오에서 16.73초 동안 내리친 번개가 그 주인공이었다고 해요. 그 전까지는 프랑스 프로방스주에서 7.74초 동안 내리쳤던 번개가 최장이었으니 이번에도 종전 기록의 두 배를 넘었죠.

전 세계적으로 번개는 1초에 약 70개에서 100개, 하루에 약 800만 회가 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번개가 많이 치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지난 2013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 사진들을 분석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당 번개 친 횟수를 집계한 결과,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가 ㎢당 무려 연평균 233회로 1위를 차지했어요. 이 밖에 아프리카 콩고 분지와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 동아프리카대지구대가 대표적인 '번개 핫스폿'이라고 해요. 바다보다는 대륙, 고위도보다는 적도 일대가 번개가 많이 치는데, 대륙이 바다보다 더 빨리 태양빛과 열을 흡수해 불안정한 대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미국 뉴욕의 초고층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한 해 동안 20~100회나 번개를 맞는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 기상청이 최근 10년 동안 벼락 횟수를 관측한 결과, 한 해 동안 발생한 벼락은 평균 12만7420회라고 합니다. 연간 벼락 횟수의 약 63%가 여름철(6~8월)에 나타난다고 해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