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50] '여의다'와 '여위다'

입력 : 2020.07.23 03:03

* 그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여위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 며칠을 앓고 나더니 동생의 얼굴이 많이 (여의었다/여위었다).

위 빈칸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각각 '여의고'와 '여위었다'입니다. 두 낱말은 형태와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먼저 '여의다'는 사별이나 이별, 출가 등 다양한 상황에서 씁니다. 먼저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다'라는 뜻으로 쓸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그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서 자랐다'와 같이 써요. 둘째, '부모가 자식을 짝지어 보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큰아빠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딸을 여의고 손자도 제일 먼저 보았다고 자랑하셨다'와 같이 써요. 셋째, '멀리 떠나 보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일체의 번뇌를 여의다'와 같이 써요. 넷째, '욕구나 욕심 따위를 없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출가하여 애욕을 여의지 못할 바에는 속세에서 신심을 키우며 사는 게 낫다'와 같이 써요. 참고로 미망인(未亡人)은 남편을 여읜 여자, 즉 '남편이 죽고 홀로된 여자'라는 뜻이에요. 한자를 풀이하면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남편을 잃은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아요.

다음으로 '여위다'는 첫째 '몸의 살이 빠져 수척해지거나 파리하게 되다', 둘째 '살림살이가 매우 가난하고 구차하게 되다', 셋째 '(비유적으로) 땅이나 강 따위 부피가 줄어들고 메말라지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한동안 못 봤더니 몰라보게 여위었다' '여윈 살림에 제삿날은 자주 돌아온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차차 여위어 갔다'같이 써요. 또 흔히 쓰는 '야위다'는 '여위다'의 작은 말이랍니다.

〈예시〉

―심청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인 심 봉사의 손에 자랐다.

―"여섯 아이를 키우고 여의다 보니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평생을 쉼 없이 일하고 자식들도 다 여의었으니 이제 농사일 좀 그만하고 편히 사세요.

―'여윈 말이 짐 탐한다'는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욕심 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