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 읽기] 원주민 비하라고, '악마'라는 단어 썼다고… 바꾸고 고치고
입력 : 2020.07.21 03:00
구단 이름 변경
1932년 창단한 NFL(미 프로풋볼) 워싱턴 레드스킨스 구단이 창단 88년 만에 팀 이름과 로고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해 화제였어요. 레드스킨스(Redskins)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피부가 빨갛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인데요. 오래전부터 원주민 단체 등에서 팀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구단 측은 "오랜 전통인 데다 용맹함을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왔지요.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주요 후원 기업들이 '이름을 바꾸라'고 압박하자 결국 입장을 바꿨다고 해요. 한때 우리나라 추신수 선수가 뛰었던 MLB(미 프로야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팀 이름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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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프로풋볼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로고가 새겨진 미식축구 경기장 모습이에요. 레드스킨스는 최근 불거진 아메리카 원주민 비하 논란에 대해“레드스킨스라는 이름과 원주민 얼굴 로고를 바꾸겠다”고 발표했어요. /AP·연합뉴스
과거에도 스포츠 구단 명칭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종종 바뀌곤 했습니다. 1996년 창단한 MLB '탬파베이 레이스'의 원래 이름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였는데요. 연고지인 플로리다주 탬파(Tampa) 연안에서 서식하는 '쥐가오리(devil ray)'를 뜻하는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악마를 의미하는 'Devil'이 중간에 끼어 있는 것이 계속 논란이 됐고, 이 때문에 팀이 계속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왔지요. 결국 이 팀은 2007년 시즌을 마친 후 '빛·광선'을 뜻하는 레이스(rays)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바뀐 이름 덕분이었을까요? 이듬해(2008년) 정규 시즌에서 역대 최다인 97승을 거두고 플레이오프(순위결정전)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했다고 해요. MLB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원래는 1883년 '머저리'라는 뜻의 뉴욕 고담스(Gothams)라는 명칭으로 창단했지만 '너무 이미지가 나약해보인다'는 이유로 1886년 뉴욕 자이언츠(Giants)로 팀명을 바꾼 뒤 연고지까지 바꿔 오늘날에 이르고 있지요.
하지만 수많은 팬과 오랜 역사를 지닌 구단이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거든요. 지난 2013년 영국 프로축구 구단인 헐 시티는 구단의 이름을 '헐 타이거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답니다. 당시 이집트 출신 구단주가 '시티'라는 이름이 너무 평범해 보인다며 '타이거스'로 변경하겠다고 한 거죠. 하지만 팬들은 100년 넘은 팀의 전통을 바꿀 수 없다며 반발했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최종적으로 구단 명칭 변경 신청을 거부하면서 지금까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구단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프로축구나 야구, 농구팀 이름에 구단을 설립한 모기업이나 공식 후원사 이름이 들어가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 프로 구단 이름은 공식 후원사가 바뀌거나 모기업이 인수·합병될 때마다 자주 달라지곤 했습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1982년 출범부터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유지하는 구단은 삼성라이온즈(대구)와 롯데자이언츠(부산) 단 2개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