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북극의 '얼음땅'… 녹으면 탄소 2조t 내뿜어 온난화 가속화돼요

입력 : 2020.07.16 03:00

영구동토층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 마을의 최고기온이 섭씨 38도를 기록했다는 놀라운 뉴스가 최근 전해졌어요. 베르호얀스크 마을은 겨울 최저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춥고, 6월 평균기온은 영상 20도 정도인 곳인데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시베리아 곳곳에서 이 같은 이상고온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20여년 전부터 북극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이것이 인류에게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늘은 이상고온현상 때문에 빠르게 녹아내리는 영구 동토(凍土)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녹아내리는 북극 주변의 땅

북극 땅 가운데 1년 내내 계절과 상관없이 지층의 온도가 섭씨 0도 이하로 얼어 있는 땅을 '영구동토층(permafrost)'이라고 불러요. 보통 북극 땅은 봄이나 여름에 지표면이 녹아 그 위에서 식물들이 자라는 땅이 많은데요. 지표면 위쪽 1~4m 정도가 여기에 해당하죠. 하지만 그 아래 두꺼운 토양층은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얼어 있답니다. 두께가 지하 100m에 이를 정도로 두꺼워요.

[재미있는 과학] 북극의 '얼음땅'… 녹으면 탄소 2조t 내뿜어 온난화 가속화돼요
/그래픽=안병현
영구동토층은 주로 시베리아,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등 북극해 주변에 많습니다. 그 면적이 다 합쳐서 2100㎢에 달한다고 해요. 러시아 영토의 60%, 캐나다 북부 지역의 절반 정도가 영구동토층이고, 북반구 면적의 4분의 1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부터 '국제영구동토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북극 일대 1000여곳의 땅속 온도를 측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독일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영구동토층 온도가 평균 0.29도 올라갔다고 해요. 일부 지역은 1도 이상 온도가 올라간 곳도 있었습니다. 영구동토층도 줄어들고 있어요. 유럽우주국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위성으로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북극 지역을 중심으로 영구동토층이 1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과학자들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이 봄이나 여름에 녹아내리면서 두께 수십m에 이르는 토양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고 해요. 땅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던 얼음 골격이 녹으면서 땅이 갑자기 푹 꺼지고 그곳에 호수가 생기는 것이죠. 실제로 알래스카에는 숲이었던 지역이 1년 뒤 갑자기 호수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배출

문제는 영구동토층이 지구 온도를 올리는 '온실가스'를 잔뜩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올려서 영구동토층을 녹였는데, 그 영구동토층이 다시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연쇄·증폭 작용을 일으키는 거예요.

영구동토층에는 얼어붙기 전인 수만년 전에 퇴적된 동식물의 사체가 많아요. 지금이야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땅속까지 따뜻해지면 부패가 시작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방출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는 탄소를 다 합치면 약 1조6000억t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요.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2배나 됩니다.

그런데 201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2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발표했어요. 만약 영구동토층이 서서히 녹을 경우 주변 식물들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해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구동토층이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면 식물의 완충 작용도 이뤄지지 못하고 메탄 배출량도 급격히 늘어납니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8배에 이르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지요.

영구동토층이 빠르게 녹는 지역에서 배출될 것으로 추정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2100년까지 최대 3800억t에 달할 것이라고 해요. 연간 약 40억t 꼴인데,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약 7억t)의 5.7배에 달해요. 영구동토층이 서서히 녹을 경우 추정한 탄소 배출량은 300년간 2000억t이었어요(연간 약 6.6t). 영구동토층이 예상보다 빨리 녹으면 탄소 배출량이 최대 6배 이상 많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북극권 개발로 위기 자초할 수도

일부 국가는 지구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는 것을 '새로운 개발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어요. 북극권 기온이 올라가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개발 비용이 줄어드는 게 사실입니다. 석유와 각종 지하자원 개발이 훨씬 쉽게 이뤄져요.

대표적으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3년부터 '2025 러시아 극지방 사회경제 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북극항로를 개발하는 등 150여개 프로젝트에 달합니다.

하지만 영구동토층이 급격하게 녹으면서 땅이 꺼지고 물이 고여 이런 시설들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실제 지난 5월 29일, 러시아 북부 노릴스크시에서 세계 최대 니켈 팔라듐 생산업체의 자회사 발전소 연료 탱크가 갑작스러운 지반침하로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석유가 바다에 누출돼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죠. 그 원인 역시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땅이 꺼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악순환의 연쇄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류가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입니다.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