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스물한 살에 찾아온 루게릭병에도 유쾌함 잃지 않던 '휠체어 탄 천재'
- ▲ /더숲
호킹
짐 오타비아니 글|릴랜드 마이릭 그림
더숲|304쪽|1만8000원
모두가 잘 아는 위대한 천재 과학자가 있어요. 바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 박사입니다. 그는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가장 많이 받은 20세기 과학자 중 한 명이죠. 그가 연구했던 '특이점 정리'나 '호킹 복사 이론' 등은 워낙 복잡하고 심오해서 그 개념을 이해하려면 물리학에 대한 상당한 공부가 필요해요. 하지만 호킹 박사가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라 우리는 그가 남긴 물리학 업적에 대해 계속 호기심을 느끼게 된답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과학 공부를 하고 싶도록 만드는, 바로 그런 인물이라는 거예요.
짐 오타비아니가 쓰고 릴랜드 마이릭이 그린 '호킹'은 스티븐 호킹의 일생을 만화(그래픽 노블) 형식으로 담은 전기(傳記)예요. 1942년 1월 8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호킹은 전쟁 중에도 서점에 가고 책을 읽었던 학구적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늘 호기심에 가득 찬 아이였다고 해요. 또 엉뚱하지만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소년이었지요. 수학과 물리학을 특별히 좋아하긴 했지만, 학교 성적까지 독보적인 것은 아니었어요.
호킹은 옥스퍼드대에 진학한 이후 물리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냅니다. 한번은 동기들이 모두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뚝딱 풀어내고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내가 시간이 없어서 처음 열 문제밖에 못 풀었어." 밤을 꼬박 새워도 단 한 문제를 풀기 어려웠던 친구들의 심정을 호킹은 잘 몰랐나 봅니다.
이 책에는 우주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가설과 이론을 정리하고, 토론과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진지하고 성실한 과학자 호킹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어요. 그가 대중을 위해 쓴 '시간의 역사'는 1988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가까이 판매된 과학책입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와 쌍벽을 이루는 과학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중 하나예요.
그런 호킹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건 스물한 살에 찾아온 루게릭병이었어요. 그는 이 병으로 인해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말을 할 때도 기계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육체가 서서히 감옥이 되어갔던 거예요. 하지만 이후에도 호킹은 우주론과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어요. 신체적 고통 속에서도 그는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과 꿈의 위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과학자 호킹은 대단한 천재였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우리의 친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