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시체꽃'은 썩은냄새로 파리 유인하죠… 히포크라테스는 입냄새로 병 찾았어요

입력 : 2020.07.07 03:00
내 몸부터 우주까지 냄새가 궁금해!|클라이브 기포드 글|피트 감렌 그림|김성훈 옮김|원더박스|48쪽|1만4500원

코는 눈처럼 질끈 감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흘러들어오는 냄새를 웬만해선 막을 수가 없어요. 흡, 하고 숨을 참거나 아니면 다들 보란 듯이 손으로 코를 막는 수밖에는요.

'내 몸부터 우주까지 냄새가 궁금해!'
/원더박스
그렇게 코에 흘러들어온 냄새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배고플 때 떡볶이 냄새를 맡으면 얼마나 유혹적인지요? 만화에서처럼 혼이 냄새를 따라가버리는 것 같죠. 사람들이 빽빽한 지하철에서 지독한 방귀 냄새를 맡으면 마치 누가 코를 때린 것처럼 고통스럽고요. 어떤 냄새는 아련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또 어떤 냄새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답니다.

이 책은 냄새란 무엇이고, 왜 냄새가 나며, 어떤 분자 구조를 갖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냄새로 인해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을 들려줘요. 특히 동물과 식물은 냄새를 기막히게 잘 이용한답니다. 볼라스 거미는 암컷 나방과 똑같은 냄새가 나는 거미줄을 한 가닥 늘어뜨려 수컷 나방을 사냥하고요.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 애벌레는 몸에서 개미 애벌레 냄새를 풍겨 개미들의 보살핌을 받죠.

많은 식물이 냄새로 곤충을 끌어들입니다. '시체꽃'이라는 별명이 붙은 라플레시아 아놀디는 썩은 고기 냄새를 풍겨 파리를 불러들여 꽃가루를 옮기고, 제비난초는 땀에 푹 전 양말 냄새를 풍겨서 모기들을 끌어들이죠. 또 영역권을 표시하는 데 냄새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에요. 판다는 나무의 더 높은 곳에 냄새를 묻히기 위해 물구나무서서 오줌을 누고,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수컷들은 누가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 겨루며 싸운답니다.

사람의 역사에도 냄새는 큰 역할을 했어요. '의학의 아버지'인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입냄새로 질병을 찾아냈대요. 또 중세에는 냄새 때문에 병이 난다고 생각해서 약초, 향신료, 말린 꽃을 가득 채운 새부리처럼 생긴 마스크를 쓰거나 지독한 냄새를 맡아 병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냄새의 역사만 따라가도 흥미로운 사건이 가득합니다. 다 읽고 난 뒤 책에 있는 문제를 맞히면 '냄새 박사'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