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 읽기] '평균 신장 2m' NBA에서도… 15년간 활약한 160㎝ 선수 있어요

입력 : 2020.07.07 03:00

농구와 신체조건

NBA 역대 최단신(약 160㎝) 선수인 먹시 보그스는 1987년 데뷔한 이래 15년간 NBA 선수로 뛰며 889경기에서 평균 7.7득점을 기록했습니다.
NBA 역대 최단신(약 160㎝) 선수인 먹시 보그스는 1987년 데뷔한 이래 15년간 NBA 선수로 뛰며 889경기에서 평균 7.7득점을 기록했습니다. /먹시 보그스 페이스북
프로 농구 선수들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키가 클 수 있어요?"일 겁니다. 이 질문에 많은 선수가 "농구를 열심히 하면 키가 클 수 있다"고 답해줍니다. 이 답은 사실 절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주전 선수들의 평균 키(195㎝)가 일반 성인 남성 평균보다 20㎝나 큰 이유가 오직 농구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겠죠.

프로 농구 선수들이 키가 큰 이유는 농구가 키가 큰 사람에게 유리한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즉, 유독 키가 큰 사람들이 농구 코트에 더 많이 모여 있는 겁니다. 먼저 바닥부터 농구 골대까지 높이가 약 305㎝에 달해요. 또 크고 무거운 농구공을 다루거나 멀리 던지는 것도 키 크고 덩치 좋은 선수에게 유리하지요. 그래서 키가 큰 사람들이 농구를 주 종목으로 선택하고, 여기서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물론 농구는 체력을 길러주는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 운동, 다리 근 기능과 신체 균형 향상, 심장과 폐 단련에 모두 도움이 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즐겨 하면 키 성장에 도움도 됩니다.

많은 친구가 '농구는 키 큰 사람만 잘할 수 있겠네, 난 안 되겠네'라고 생각하기 쉬울 거예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 NBA(미국프로농구협회)에서 최근 15년 동안 '최우수 선수(MVP)'로 2번 이상 선정된 선수는 단 3명뿐인데요. 이 가운데 2명은 NBA 선수 평균 신장(약 2m·2017~2018 시즌 기준)보다 10㎝ 이상 작은 선수랍니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븐 커리(32·190㎝)와, 지금은 은퇴한 스티브 내시(46·188㎝)입니다. 특히 스티븐 커리는 '최고의 3점슛 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3점슛을 잘 던진 선수예요. 우리나라에선 아시아게임 우승, KBL 우승, 최우수선수 선정 등 화려한 경력을 세운 김승현 전 선수가 178㎝로 다른 선수들보다 키가 작아요.

그러니까 키가 크지 않다고 최고 선수를 꿈꾸지 못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심지어 일반 성인 평균보다 키가 작은 선수도 제법 있습니다. 전통 명문 구단 보스턴 셀틱스를 동부지구 챔피언전까지 끌어올린 아이제이아 토머스(31) 선수의 키는 170㎝를 조금 넘을 정도예요. NBA 역사상 최단신 선수로 15년 동안이나 코트를 누볐던 먹시 보그스(55)는 신장이 미국 성인 여성 평균보다도 작은 160㎝에 불과했어요.

NBA 올스타전의 꽃이라고 불리는 '슬램덩크 챔피언'은 어떨까요? 덩크슛은 높이 뛰어올라 바스켓 위에서 공을 내리꽂듯이 넣는 슛인데, 보통 사람은 있는 힘껏 뛰어올라도 골대를 손으로 건드리기 어렵죠. 그런데 1986년 스퍼드 웹(57)이라는 선수는 168㎝의 작은 키로 '덩크왕' 도미니크 윌킨스(203㎝)를 물리치고 거인들만 가능한 줄 알았던 슬램덩크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농구는 키가 크면 유리한 스포츠인 건 분명하지만, 작다고 도전 못할 이유가 없답니다. 앞서 언급된 선수들도 키가 작다고 농구하는 걸 피하지 않고 당당하고 꾸준히 도전해 최고 자리에 올랐지요. 2005년 MVP에 오른 '키 작은 NBA 스타' 앨런 아이버슨(182㎝)은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열정)으로 한다"고 했답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