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엄마 없이 오면 80원'에 혼자 간 목욕탕… 먹물탕 속 문어 만나 외로움 잊었어요

입력 : 2020.07.03 03:07

문어 목욕탕

최민지 글·그림|노란상상|52쪽|1만3000원

동네에 새로 목욕탕이 생겼어요. '문어 목욕탕'이라니 이름이 참 독특하네요. 짝꿍 민지는 이 목욕탕에 다녀왔다고 자랑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그런 민지를 부러워만 해요. 왜 아이는 목욕탕에 갈 수 없다고 여겼을까요? 목욕탕에 함께 들어갈 엄마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곱 살이나 되었는데, 아빠와 남탕에 들어갈 수도 없고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목욕탕 앞을 지나가다가 특별한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을 봅니다. 어른은 8000원, 아이는 800원인데 '엄마 없이 혼자 온 아이는 80원'이라고 적혀 있네요. 아이는 이것을 보고 혼자 목욕탕에 들어가 보기로 용기를 냅니다. 아이는 떨리고 두근거리는 가슴 방망이질을 참아내며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요.

문어 목욕탕
/노란상상

그런데 들어가 보니 '문어 목욕탕'이라는 이름은 그냥 지은 것이 아니었네요. 욕탕 안에는 먹물처럼 검은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의 눈에도 아주 이상하게 보였지만 아이는 먹물 욕탕에 '풍덩' 뛰어듭니다. 손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며 보살펴주는 엄마는 없지만 아이는 혼자라는 두려움을 이겨낸 거예요.

그런데 뛰어든 욕탕 안에서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검은 물 속에 문어가 살고 있었던 거예요. 문어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문어 목욕탕의 욕탕은 동화 같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던 거죠.

문어는 아이를 데리고 바다 여행을 떠납니다. 문어와 아이는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 친구들을 만나고, 먹물 샴푸로 머리를 감고, 문어 빨판의 간지럼을 경험해요. 어느새 아이는 문어와 친구가 되고 혼자라는 두려움과 외로움도 눈 녹듯 사라져요.

검은 먹물로 가득한 욕탕이라는 반전 설정과 목욕탕이 바다로 변한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합니다. 그림책 '문어 목욕탕'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하는 아이에게 공동체의 격려와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성장 동화입니다. 누구나 혼자일 때가 있지요. 누구나 두려움으로 주저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을 '풍덩' 던져보는 용기를 내보아야겠어요. 생각지도 못한 아주 놀라운 세계가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