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지구 자기장과 냄새 감지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간대요

입력 : 2020.07.03 03:05

연어

얼마 전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수입 연어를 처리하는 도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내용을 발표해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어요. 다행히도 중국·노르웨이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연어와 코로나는 아무 관련이 없어 최종 '무죄'가 됐다고 해요.

연어는 살이 많고 영양도 풍부해 전 세계인이 모두 좋아하는 생선이에요. 총 12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연어, 곱사연어, 송어(시마연어) 등이 있어요. 또 1960년대 양식용으로 들여온 무지개송어, 은연어 일부가 자연에 방사돼 살고 있다고 해요.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이에요.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 수천km를 이동해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찾고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해요.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모습이에요.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 수천km를 이동해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찾고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해요. /픽사베이
통상 연어는 '번식하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모천회귀·母川回歸) 물고기'로 잘 알려져 있어요. 연어, 곱사연어, 은연어 등은 강이나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로 옮겨 살다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지요. 반면 무지개송어, 갈색송어 등은 일생을 강이나 하천에서만 보내요.

모천회귀하는 연어는 북태평양과 북극해, 북대서양 등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내고, 번식기가 되면 바다에서 러시아·중국의 아무르강이나 캐나다·미국 알래스카의 유콘강, 캐나다의 매켄지강 등 깊숙한 유역까지 수천㎞를 이동해요. 우리나라에도 가을철이 되면 동해안과 접한 여러 하천에서 산란하기 위해 올라오는 연어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양양 남대천과 경북 영덕 오십천이에요.

연어의 몸길이는 평균 60㎝ 정도인데 드물지만 1m가 넘는 커다란 개체도 있어요. 바다에 살 때는 등이 초록색이고 배가 은백색인데, 번식기가 되어 강이나 하천에 들어오면 몸 전체가 거무스름해지면서 옆면에 붉은색, 초록색, 검은색 등 불규칙한 얼룩무늬가 나타나요. 이를 '혼인색'이라고 하지요. 또 수컷들은 주둥이와 이빨이 커지고 지느러미 끝이 뾰족해지는데, 이런 특성을 과시해 다른 수컷들과 경쟁한다고 해요.

연어가 강·하천과 바다를 오가는 건 먹이 섭취, 포식자 회피, 과밀화 방지, 번식 장소 확보 등 생존 전략 때문입니다. 연어가 모천회귀하는 비결에 대해선 여러 과학자가 다양한 가설을 내놨어요. 그중 지구의 미묘한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이동한다는 '지자기 항해설'이 널리 인정받고 있어요. 이 밖에 하천으로 진입하면 고향의 식생과 토양에 배어있는 독특한 냄새를 떠올려 태어난 장소를 찾는다는 '후각 각인설' 등이 있어요.

실제 연어는 하천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몸에 저장된 지방을 분해하며 세찬 물살을 헤치고 높은 폭포를 거슬러 목적지에 도달해요. 도착하면 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들어 접시 모양으로 구멍을 파서 산란장을 만듭니다. 암컷이 산란장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정자를 뿌려 수정시켜요. 이러한 행동을 2~3번 반복하면서 알 약 4000개를 낳지요. 암컷과 수컷은 번식 행동을 마친 뒤 죽고, 부화한 어린 연어는 반 년에서 1년 후 바다로 내려가 통상 3~5년간 성숙한 뒤 다시 모천회귀해요.

우리나라 하천은 폭이 좁고 수량이 적은 데다 강에 댐도 많아 연어가 산란 장소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정부가 산란하러 올라오는 연어를 하천 입구에서 잡아 인공수정과 부화시킨 뒤 방류하고 있지만 모천회귀 비율은 1% 안팎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