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19세기 초까지 귀족들 먹던 디저트… 1926년 냉동기 발명으로 대량 생산

입력 : 2020.06.24 03:00

아이스크림

푹푹 찌는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없었다면 이 여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데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이스크림은 왕이나 귀족, 부자들이 그것도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하고 비싼 음식이었어요.

아이스크림은 우유를 끓여 설탕과 바닐라, 초콜릿 등 향미료를 넣고 크림을 만든 뒤 꽁꽁 얼려 먹는 음식입니다. 요즘은 아이스크림을 전용 기계를 이용해 만들지요. 하지만 과거에는 아이스크림을 얼리려면 얼음이 필요했어요. 냉동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겨울에 얼어붙은 강에서 커다랗게 자른 얼음 덩어리를 쌓아두거나 땅을 깊게 파서 만든 저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여름에 사용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얼음 가격이 비쌌지요. 이 얼음을 담은 통에 끓인 우유와 설탕, 향신료, 과일 등을 넣어 만든 크림을 얼려서 아이스크림으로 먹었습니다.

1801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프랑스 귀족 부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1801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프랑스 귀족 부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위키피디아
아이스크림을 그냥 얼리면 단단해서 먹기 힘들고 식감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크림을 얼리는 과정에서 쉬지 않고 저어줘야 했어요. 요즘은 기계를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저어줘야 했어요. 이처럼 값비싼 얼음과 고강도 노동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은 비쌀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1843년 미국의 주부 낸시 존슨이 커다란 바퀴처럼 생긴 기계인 크랭크(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장치)로 손잡이를 돌려 손쉽게 크림을 젓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더욱 쉽게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량 생산만 가능해 일부만 즐길 수 있었죠.

1851년 미국 농장 경영주였던 제이컵 푸셀이 여름에 팔리지 않고 남은 유제품을 얼려서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최초 아이스크림 공장이 세워졌습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아이스크림은 기존 아이스크림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겨울에 저장해둔 얼음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가격을 크게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1876년 독일 과학자 카를 린데가 암모니아를 냉각제로 사용하는 냉동 장치를 발명했습니다. 덕분에 인류는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이후 제빙(製氷) 기술은 계속 발전했고, 1926년 연속식 냉동기(continuous freezer)가 발명되면서 아이스크림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누구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비로소 열린 거랍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