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태양 주위를 도는 암석… 2084개는 지구 위협하고 있죠

입력 : 2020.06.18 03:00

소행성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와 충돌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지름이 1.5㎞에 달하는 거대한 소행성 '136795(1997 BQ)'가 지구로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어요. 다행히 지구와 달 사이 거리(약 38만㎞)의 16배 넘게 떨어져 있어 충돌 위험 없이 안전하게 지나간 것으로 밝혀졌답니다. 그렇다면 소행성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소행성, 19세기 초 처음 발견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밝게 빛나는 항성인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이 공전하고 있어요. 이 여덟 천체를 우리가 흔히 태양계의 행성이라고 불러요.

반면 소행성은 크기가 작고 자체 중력이 부족해 구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천체입니다. 크기와 모양이 불규칙한 암석덩어리이지요. 소행성을 뜻하는 영어 이름인 'asteroid'는 '별과 같은(star-like)'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특히 많이 모여 있는데 이 공간을 '소행성대'라고 불러요.

[재미있는 과학] 태양 주위를 도는 암석… 2084개는 지구 위협하고 있죠
/그래픽=안병현
소행성이 발견된 것은 19세기 초였어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피아치(1746~1826)는 1801년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움직이는 천체를 관찰하고 이를 세레스(Ceres)라고 이름 붙였지요. 당시엔 태양 주위를 도는 또 다른 '행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소행성'으로 분류됐고, 2006년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구형이지만 중력은 부족한'왜소행성'으로 재분류됐어요.

소행성이 발견될 수 있었던 건 독일의 천문학자 보데(1747~1826)가 1772년 발표한 '티티우스-보데의 법칙' 덕분이었습니다. 이 법칙은 태양계를 공전하는 행성들이 특정 규칙, 즉 0.4+0.3×2ⁿ(n은 1, 2, 3, 4 등 자연수를 넣음)이란 공식에 따른 거리만큼 각각 태양에서 떨어져 있다는 내용이에요.

천문학에선 행성 간 거리를 나타낼 때 AU(천문단위)를 사용하는데요.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약 1억5000만㎞)를 뜻해요. 티티우스-보데 법칙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수성은 태양과 0.4AU, 금성은 0.7AU, 지구는 1.0AU, 화성은 1.6AU, 목성은 5.2AU, 토성은 10AU, 천왕성은 19.6AU 떨어져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 관측을 해봤더니 태양과 행성의 거리가 각각 0.39, 0.72, 1.0, 1.52, 5.2, 9.55, 19.2AU로 법칙과 거의 같았답니다.

그런데 화성과 목성 사이인 '2.8AU' 근처는 이 법칙에 따라 행성이 있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천문학자들은 이곳에 반드시 새로운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위치를 천체망원경 등으로 열심히 뒤졌지요. 그 결과, 세레스를 발견한 겁니다. 또 그 근처에서 주노, 베스타 등 수많은 소행성이 잇따라 발견됐어요.

소행성의 작명법

소행성을 발견하면 우선 발견된 시기를 바탕으로 임시 이름을 붙여줘요. 일단 맨 앞엔 발견한 연도를 쓰고, 그 뒤에는 한 달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1년 열두달을 24개 알파벳(I를 뺀 A~Y까지)으로 표시해요. 예컨대 1월 1~15일까지는 A, 1월 16~31일까지는 B, 2월 1~15일까지는 C… 이런 식으로 알파벳을 붙이는 거예요. 이때 알파벳 'I'는 숫자 1과 헷갈릴까 봐 쓰지 않고 H 다음 바로 J를 사용합니다. 그 뒤엔 발견된 순서를 따져서 또다시 알파벳(I를 뺀 A~Z까지)으로 나타내요.

예를 들어, 2020년 6월 1일 발견된 첫 번째 소행성이면 '2020' 다음에 6월 1일에 해당하는 알파벳 'L'과 그 기간 내 첫 번째 발견이라는 뜻에서 'A'라는 임시 번호를 주는 거예요. 즉, '2020 LA'가 되는 거죠. 만약 해당 기간에 소행성이 집중적으로 발견돼 알파벳을 다 써버렸다면 숫자를 추가합니다. 26번째 소행성이 발견됐다면 그 소행성의 임시 번호는 '2020 LA1'이 되는 거예요.

소행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끝나면 임시 이름은 고유 번호와 이름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고유 번호는 발견 순서대로 숫자를 누적해서 붙입니다. 가장 먼저 발견된 세레스의 고유 번호가 1번입니다. 사람의 이름도 붙일 수 있어서 장영실, 최무선, 세종, 보현산 등 한글 이름이 붙은 소행성도 있어요.

지구 위협하는 소행성 2084개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견된 소행성은 약 79만개이고, 근지구 소행성은 2만2811개, 이 중 지구를 위협할 정도로 가까운 소행성(지구 위협 소행성)은 2084개나 된다고 해요. 근지구 소행성은 지구와의 거리가 1.3AU(약 1억9500만㎞) 이내인 소행성을 뜻합니다. 지구 위협 소행성은 근지구 소행성 중 지구와 궤도가 겹칠 때 거리가 0.05AU(750만㎞) 이내이며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뜻해요.

소행성 충돌 위험 뉴스는 대부분 이런 지구 위협 소행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행성이 아무리 가깝게 와도 실제론 수백만㎞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장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요.

NASA(미 항공우주국)에선 혹시 모를 지구와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대책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름 10m 이하 작은 소행성은 커다란 망으로 포획해 다른 궤도로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지름 100~500m인 거대 소행성엔 아예 우주선을 보내 지름 3m 크기 정도로 암석을 떼어낸 뒤 소행성 주변에 띄워 공전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소행성과 암석 사이 중력이 생기면서 거대 소행성의 궤도가 바뀌기 때문이지요.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