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45] '나팔'과 '나발'

입력 : 2020.06.18 03:00
최근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허튼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는 것을 새기라"는 담화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이날 북한의 담화문 내용 중 '나발'이 혹시 '나팔'을 잘못 쓴 것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네요.

여기서 '나발'은 '나팔'과 '나팔(喇叭)을 불다'라는 관용구의 쓰임도 같고, 한자어도 '喇叭'로 똑같아요. 글자 모양도 매우 유사하지만 국립국어원 표준어규정에 따르면 둘은 서로 구분하여 써야 합니다.

[예쁜 말 바른 말] [145] '나팔'과 '나발'
/그림=정서용
먼저 '나팔'은 '금속으로 만든 관악기의 하나로 군대에서 행진하거나 신호할 때에 쓰는 악기'입니다. 또 끝이 나팔꽃 모양으로 된 금관 악기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요.

반면 '나발'은 '놋쇠로 긴 대롱같이 만든, 위는 가늘고 끝은 퍼진 모양의 옛날 관악기의 하나'예요. 군중(軍中)에서 호령하거나 신호하는 데 썼어요. 예를 들면 '나발 소리에 맞추어 여러 사람이 질러 대는 고함이 들려왔다'와 같이 써요.

또 '지껄이거나 떠들어 대는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에요. '이게 어디서 나발이야!'와 같이 써요. 나아가 주로 명사 뒤에 써서 '○○이고 나발이고'같이 해당 명사를 업신여기거나 얕잡아보는 뜻을 나타내기도 해요. '낭만이고 나발이고 배고파 죽겠다'와 같이 써요.

'나발을 불다'라는 관용구는 뜻이 아주 다양합니다. '나발 불지 말고 잠자코 있어'와 같이 '당치 않은 말을 함부로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어디서 그런 가짜를 진짜라고 나발을 불어?'와 같이 '터무니없이 과장해 말하다'라는 뜻도 있어요. 또 '술이나 음료를 병째로 마시다'라는 뜻이 있는데 '그는 낮부터 맥주를 병나발 불고 있다'와 같이 쓰지요. 흔히 쓰는 '원님 덕에 나발 분다'는 속담은 남의 덕에 분에 넘치는 호강을 받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랍니다.


〈예시〉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취침 나팔 소리가 들리면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네 나발에 속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젠 더 이상 속지 않아."

―그는 돈이라면 품위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다는 황금만능주의자이다.

―엄마에게 나발 불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고 형은 수없이 나한테 말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