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1920년대 파시즘에 반발… 美 흑인 사망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죠
안티파(ANTIFA)
◇파시즘의 등장
안티파는 반(反·anti)파시스트(fascist)의 줄임말이에요. 네오나치(신나치주의)와 인종차별주의 등 극우 파시스트가 펼치는 활동에 저항하는 극좌파 사상을 모두 일컫는 말이지요.
안티파는 1920년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혼란에 빠져있었어요. 1차 세계대전(1914~1918)에 뒤늦게 연합군 측으로 참전했지만 낮은 기여도 때문에 전승국인데도 전후 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의에서 원하던 영토를 얻지 못했지요. 종전 후 폐허가 된 국토에는 실업자가 넘쳤고 서민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살인적인 물가에 고통받아야 했어요.
- ▲ 포르투갈에서 흑인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안티파 세력의 모습이에요.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쓴 이들은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우파 정부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을 이끌고 있답니다. /EPA 연합뉴스
그 틈을 타고 사회주의가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의 자본가와 대지주들은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사회주의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이런 정세 속에 극우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무솔리니(1883~1945)가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파시 디 콤바티멘토(Fasci di Combattimento·전투단)'를 조직했습니다. 우리가 쓰는 '파시스트'라는 말이 바로 무솔리니가 만든 단체명 '파시(단결)'에서 유래한 거예요. 이들은 사회주의 집회나 좌파 신문사 등을 습격하며 폭력 테러를 일삼았어요. 군인, 경찰, 지식인 등 수많은 젊은이가 파시스트에 가담했고 세력은 급속히 커졌어요. 1921년 파시스트 정당을 창설한 무솔리니는 이듬해 로마에 무혈입성하는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같은 해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가 되었지요.
◇나치의 등장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에도 파시즘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독일엔 민주적인 헌법을 채택한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 체제가 수립됐지만 패전 후유증으로 혼란이 극심했어요. 파리강화회의에서 맺어진 베르사유조약에 따라 총 1300억마르크(약 80조원)의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했고 아프리카 일대 식민지도 모두 잃게 됐죠. 물가 폭등과 생활용품 부족으로 국민은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기에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닥치면서 독일 경제는 또다시 붕괴했어요.
그러는 새 나치당과 히틀러(1889~1945)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베르사유조약 타도,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 군비 확장 등을 포함한 25개 강령을 발표한 히틀러에게 독일 국민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지요. 1932년 총선에서 승리한 히틀러는 1933년 총리가 돼 본격적인 독일 파시즘 정권을 수립했습니다.
히틀러는 해외 침략 전쟁을 위한 군비를 증강하며 공장을 재가동했어요. 실업자가 줄고 경제가 활성화되었지요. 히틀러는 이 과정에서 전쟁 준비와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대인·장애인·사회주의자·동성애자·노인 등을 적으로 몰아 탄압했어요. 이처럼 파시즘은 국가와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인간의 자유와 민주적 규범을 훼손하며 세를 키워갔습니다.
◇안티파의 전개
파시즘이 확산하자 등장한 것이 바로 반파시즘 운동인 '안티파'입니다. 초기 안티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산주의자였어요. 1933년 독일 뫼싱엔에서 히틀러 집권에 반대하며 공산당원들이 주도한 노동자 파업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하지만 나중에는 극우 파시즘에 저항하는 사회주의 정당이나 단체를 아우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파시스트 정권은 그들을 '반파시스트(Anti-Fascist)'로 지칭하고 탄압했지요.
냉전 시대를 거치며 잠잠해졌던 안티파 운동은 1985년 영국에서 결성된 '안티 파시스트 액션(AFA)'으로 본격화됐는데요. 당시 영국은 자본가와 노동자들 간 갈등이 극심했지요.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인 스킨헤드와 거리에서 물리적인 싸움을 벌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1990년대 독일이 통일되고 동유럽 공산 국가들이 붕괴하자 안티파 활동이 더 활발해졌어요. 통일의 여파로 독일 경제가 불안해지고 빈부 갈등이 생기면서 '네오나치'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안티파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반대 시위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우파 집회 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그해 옥스퍼드 사전은 '안티파'를 '올해의 단어' 후보로 발표했지요.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활동 중인 안티파는 체계적인 조직이 있는 단체가 아니에요. 스스로를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느슨한 형태의 사회 운동이지요. 이 때문에 이번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 "근거가 미약하다"는 반론이 많아요. 또 안티파의 과격한 시위 방식 때문에 이들 역시 네오나치 못지않은 극단적 폭력 조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어요. 이들은 특히 시위할 때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서 '블랙 블록'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주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