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학교도 도서관도 없던 美 오지 마을… 말을 탄 '책 아주머니' 덕택에 키운 꿈

입력 : 2020.06.16 03:07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헤더 헨슨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40쪽|1만1000원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사실 책은 그리 큰 인기가 없어요.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책 말고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오직 책 속에서밖에 볼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책에 남겨진 지혜를 전수받으며 후손들은 조상보다 조금씩 진화할 수 있었죠.

이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소년 '칼'은 애팔래치아산맥이 이어지는 켄터키주의 높고 외딴 집에 살아요. '너무 높은 곳이라서 하늘을 나는 매와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동물들 말고는 살아있는 걸 거의 볼 수가 없는' 곳이에요. 학교도 계곡 아래 한참 떨어진 곳에 하나뿐이라서, 이 집에 살고 있는 형제자매들은 아무도 학교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맨발로 산 중턱을 돌아다니며 길 잃은 양을 찾아오고, 쟁기질을 하거나 열매를 따며 부지런히 노동을 했지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여동생 라크뿐이었어요. 칼은 책에 관심이 전혀 없고 글도 읽을 줄 몰랐어요.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
/비룡소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주머니가 말을 타고 이 외딴곳에 찾아옵니다. 가방에는 책이 들어있었죠. 가난한 칼네 식구는 책을 살 돈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다 읽은 책을 다른 책과 바꿔주러 오겠다고 하죠.

책에 관심 없던 칼은 '책 아주머니'가 비가 오나 안개가 끼나 심지어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오자 "이런 어려움도 무릅쓰고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결국은 책 읽는 아이가 되지요.

이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켄터키주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책 아주머니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학교나 도서관 없는 산골 마을에 책을 보내주는 정책인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도서관 프로젝트(Pack Horse Library Project)'에 따라 파견된 '말을 타고 책을 나르는 사서들(Pack Horse Librarians)' 중 한 명이었어요. 덕분에 칼과 같은 아이들도 문명이 주는 지혜의 혜택을 볼 수 있었지요. 책 속에 길이 있듯 책 또한 먼 길을 떠나서 아이들을 만나러 온 것입니다. 그 아이들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답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