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실크로드부터 예루살렘 순례길까지… 인류가 개척한 위대한 역사의 길
길로 통하는 세계사
임레 파이너 글|로랑 스테파노 그림|박유형 옮김
북스토리아이|48쪽|1만5000원
로마제국의 첫 번째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기원후 14년)는 사람들이 모이는 중앙 광장인 포럼(Forum)에 황금 이정표를 세웠어요. 황금 이정표는 로마의 길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강력한 표시였지요.
세계로 뻗어 나간 로마의 길은 제국의 막강한 통치력과 영향력을 상징했어요. 전성기 로마제국 도로의 총길이는 40만㎞에 달했습니다. 이 도로로 군대가 이동하고, 물자가 교류되고, 상업이 발전했어요. 풍요와 번영, 정복과 평화는 모두 로마의 길에서 시작됐습니다.
- ▲ /북스토리아이
'길로 통하는 세계사'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로마의 길처럼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길 10개를 소개합니다. '페르시아 왕의 길'은 오로지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었어요. 왕은 영토를 정벌하고 통치하는 수단으로 이 길을 활용했지요.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페르시아 군대는 자신들이 만든 길에서 적군 알렉산드로스 대왕 군대에 패배했습니다.
이처럼 피와 상처로 얼룩진 길도 있지만, 진귀하고 다양한 물자와 문화가 교류한 비단길, '실크로드'도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1만 2000㎞의 거대한 길인데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카라반(대상)들이 낙타에 짐을 싣고 물건을 사고팔았습니다. 이 길로 종이·비단·화약·향신료·나침판·도자기가 전해졌고,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전파됐어요. 실크로드는 통치자의 지시로 건설되지 않은 자유로운 길로 장벽 없이 무역과 문명이 넘나드는 꽃길이었습니다.
7세기에서 13세기까지 예루살렘 성지를 향하는 순례자들이 걸었던 예루살렘 순례길도 있어요. 수백만 명의 신도는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했어요. 십자군 전쟁이 한창인 11세기에 순례자들은 죽을 각오로 2년에서 3년 동안 고통의 길을 걸었습니다.
때때로 길은 사람들이 믿는 가치와 신념을 위해 존재하기도 합니다. '길로 통하는 세계사'는 잉카의 길, 안데스 옛길인 '카팍 냔', 인도 북부의 '사닥 에 아잠'(큰 코끼리의 길), 미국 최초 횡단 도로 '루트 66' 등 다소 덜 알려졌지만 아주 중요한 길들도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여행하기 어려운 요즘, 인류가 개척한 위대한 역사의 길을 따라가 보세요. 어느새 외투 깃을 올리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실은 자신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