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미생물 분해활동으로 독특한 향과 맛… 커피도 발효시켜 부드럽게 마신대요

입력 : 2020.06.10 03:00

발효 음식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뜻하는 'K(케이)푸드'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네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식품·가공식품 수출액은 17억43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고, 김치 수출액도 같은 기간 19% 늘었다고 합니다. 고추장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해요.

김치와 고추장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발효 음식 중 하나예요. 발효란 효모나 세균 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작용을 말하는데요. 작은 미생물의 분해 활동으로 식품 성분이 새롭게 합성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게 됩니다. 또 식품을 오래 저장할 수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김치나 된장, 간장, 젓갈 따위가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발효 음식 된장·청국장·고추장(시계 방향).
우리나라 대표적인 발효 음식 된장·청국장·고추장(시계 방향). /이해인 기자
물론 발효 음식은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대표적인 것이 치즈입니다. 치즈는 소나 양, 염소 등 동물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이에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246가지 치즈를 가진 나라를 통치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을 정도로 프랑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치즈를 먹어왔지요. 또 서양 음식의 기본인 빵도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킨 뒤 구워서 만든 거예요. 콩을 발효시킨 간장·된장 같은 장류와 생선·새우 같은 해산물을 발효시킨 젓갈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 대부분 음식의 바탕이 되는 양념입니다.

그렇다면 발효 음식은 반드시 몸에 좋기만 할까요?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해요. 예컨대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바이오제닉 아민은 인체에 독성(毒性)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요.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신경계나 혈관계를 자극할 수 있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는 치즈를 만들 때 살균, 숙성 시간 등을 조절해 바이오제닉 함량을 낮추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해요.

최근 음식 업계에는 '무산소 발효 커피'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커피 원두는 체리처럼 빨간 커피 열매를 수확해 껍질과 과육을 제거하고 남은 씨를 말린 것인데요. 커피 원두를 스테인리스 용기 등에 밀봉하고 산소를 차단한 뒤 발효시키면 뛰어난 풍미가 생겨난다고 해요. 이렇게 만든 커피는 특유의 쓴맛이 덜어지면서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칫 원두 품질에 결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두 발효를 기피하는 커피 생산자가 많았지만, 발효 과정과 조건을 철저하게 통제하면 품질 좋고 깊은 맛이 일품인 커피가 만들어진다는 게 알려지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